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우리는 ‘up’과 ‘down’이 정반대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배운다. 예를 들어, “The elevator goes up.”은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The elevator goes down.”은 “엘리베이터가 내려간다”로 해석한다.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런데 막상 원어민 사이의 실제 대화를 듣다 보면 혼란이 시작된다. “Are you up for a drink tonight?(오늘 밤 한잔할래?)” “Sure, I’m down.(좋지, 나도 갈게)” 두 사람 모두 한잔하러 가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은 up을, 다른 한 사람은 down을 썼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먼저 ‘up for it’이라는 표현은 비교적 오래된 뿌리를 갖고 있다. 이는 원래 ‘up and about’ 즉 ‘깨어 있고, 활력이 넘치며 움직일 준비가 된 상태’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실제 19세기 영국 신문에서 이미 ‘up for’라는 표현은 ‘무언가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 의미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up for a challenge’(도전에 나설 준비가 됐다), ‘up for re-election’(재선에 나설 준비가 됐다) 같은 표현이 그렇다. 이렇게 발전한 ‘up for’는 오늘날 “Are you up for a game?(게임 할래?)”처럼 일상적인 제안의 말투로 자리 잡았다.
반면 ‘down’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이 표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어에서, 특히 재즈와 이후 힙합 문화 속에서 뿌리를 내렸다. 이곳에서 ‘down’은 충성스럽고 믿을 만하며, 기꺼이 함께하려는 태도를 뜻했다. 이 표현은 20세기 후반 미국 속어를 넘어 전 세계 영어권으로 퍼져나갔고, 1990년대에는 “I’m down.”이 “나도 찬성해” “나도 함께 할게”라는 표현으로 정착했다.
문자 그대로는 반대되는 두 단어가, 구어체 영어에서는 ‘동의’라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영어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fat chance’와 ‘slim chance’를 보자. ‘fat’과 ‘slim’은 정반대의 형용사지만, 두 표현은 모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을 가진다. ‘inflammable’과 ‘flammable’은 둘 다 ‘불이 쉽게 붙는’이라는 뜻을 가진다. 보통 접두사 ‘in-’이 원래 의미를 반대로 만드는 것과 달리,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는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실제 사용과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된 의미다. 심지어 한 단어가 맥락에 따라 정반대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overlook’은 ‘감독하다’와 ‘간과하다’라는 반대되는 두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dust’는 ‘먼지를 털다’는 뜻도 있지만, ‘먼지를 뿌리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결국 이런 표현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맥락을 통해서다. 언어의 또 다른 묘미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