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문제를 정조준했다. MBK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씨 일가 임원들이 전체 임원 보수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최윤범 회장의 보수가 급증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MBK파트너스가 분석한 고려아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씨 일가 임원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평균적으로 전체 임원 보수의 42%를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기준 전체 임원 53명 중 최씨 일가 임원 비중이 1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수준이다.
등기임원으로 한정할 경우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MBK 분석 결과 지난 5년간 최씨 일가 등기임원은 전체의 20%에 불과했지만, 등기임원 전체 보수의 66%를 가져갔다. 2019년에는 최씨 일가 보수 비중이 51%까지 치솟았다.
2022년 기준 최씨 일가 5명의 보수 총액은 88억 원에 달했다. 최 회장을 포함한 등기임원 2명이 43 억원 이상을, 미등기임원 4명이 44억 원 이상을 수령했다. 전체 임원 중 최씨 일가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보수 비중은 42%를 차지했다.
최 회장의 보수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최 회장의 연봉은 2021년 10억원에서 2022년 19억 5900만 원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30억 원까지 급증했다. 3년간 연평균 7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예회장 2인의 보수도 2021년 각각 17억 3100만 원, 16억 6700만 원에서 2022년 23억 7600만 원, 22억 2200만 원으로 30% 이상 늘었다.
MBK는 이 같은 보수 급증이 회사 실적과 전혀 연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1년 11.6%에서 2023년 5.8%로 급락했다.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같은 기간 9.5%에서 4.4%로 하락했다. 회사는 지난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도 상향 조정했다. 회장직의 경우 재임 1년당 퇴직금 지급률을 기존 3개월에서 4개월로 높였고, 명예회장직은 새로 규정을 신설해 4개월로 책정했다.
MBK 관계자는 “실적과 무관한 보수 급증은 전형적인 사익 추구 행태”라며 “임원 보수와 퇴직금 규정 개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씨 일가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증가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