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장악·재건’ 연일 강조
국제사회 거센 비난에도 아랑곳 안 해
주변국 향해 협력 요청 발언 이어가
“사우디 왕세자 등 만나겠다” 강조도
팔 난민 미국 입국 추진 계획도 밝혀
네타냐후 “창의적 접근법” 치켜세워
이스라엘군, 넷자림 회랑서 완전 철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개발 구상을 재확인했다. 가자지구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다른 중동 국가들에게 개발을 맡기겠다면서 주변국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적극 지지하며 가자 주민 이주 등 후속조치를 이스라엘이 맡겠다고 화답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관람을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를 매입해 (미국이) 소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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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소유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자지구를 통치 중인 하마스뿐 아니라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로부터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자지구 소유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중동 국가에 협력을 요청하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를 가져와 소유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일부 구역을 다른 중동 국가들에 줘서 재건하게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국가)들이 우리의 후원을 통해 가자지구를 재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자 주민을 이주시킬 국가로 지목한 이집트와 요르단과 가자 구상에 반대하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이집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안전한 지역에 집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들은 가자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자로 돌아가는 유일한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의 매우 부유한 국가들’이 돈을 대기를 바란다. 이집트와 요르단의 협력도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사례 검토를 통해 팔레스타인 난민을 미국으로 입국시키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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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을 적극 거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4일 회담하고 돌아온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훨씬 낫고 완전히 다른 비전을 내놨다. 혁명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단단히 결심한 상태”라며 “우리에게 아주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구상에 대해 역사를 바꿀 독창적 아이디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공항과 항구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는 계획의 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이주 등)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바로 그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9일 하마스와 체결한 휴전협정에 따라 가자지구 남북을 가르는 ‘넷자림 회랑(통로)’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넷자림 회랑은 가자지구의 허리를 가로질러 남북을 분리한 약 6㎞ 길이 군사구역으로, 남부로 피란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가자시티 등 북부로 귀환하려면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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