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 무기체계 소프트웨어(SW) 사업을 수행하는 중소 기업들이 적자를 호소하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공공 분야 중에서도 국방은 특히 SW를 제값에 판매하지 못 하고, SW 대가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 중소 SW 기업 A사는 수년째 수십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다. 방산 대기업 컨소시엄에 협력 업체로 참여할 경우 수개월, 수년 간 개발한 SW 기술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관행 때문이라는 게 A사 설명이다.
A사 대표는 “컨소 주관사인 방산 대기업은 중소 SW 기업 몇 곳을 대상으로 기술을 반값에 가져오면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한다”며 “중소 SW 기업은 방산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업 구조에 참여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구조는 발주기관의 통합발주 방식 채택에서 비롯된다.
통합발주는 SW·하드웨어(HW) 구매 등 여러 사업을 한 번에 묶어 발주하는 방식이다. 공개 경쟁입찰과 조달구매로 제값주고 SW를 구매하는 직접구매(분리발주) 방식과 비교해, 행정 편의성이 높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발주기관이 선호한다. 분리발주는 제도로 도입됐지만 예외 조항을 통해 여전히 통합발주를 채택하는 곳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방 사업은 HW와 SW를 연계해 통합발주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업은 발주기관이 정한 금액에 맞춰 사업을 제안해야 한다”며 “그러나 실제 국방 무기체계 SW 사업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 주관사는 중소 SW 기업 제품 가격을 깎는 식으로 사업 예산을 맞추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후려치기, 기술료 미지급 등 사업 SW 대가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10년 이상 국방 사업에 참여해 온 SW 기업 B사 관계자는 “국방 사업은 다른 공공 사업의 SW 대가산정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HW 10억원 SW 5억원으로 총 15억원짜리 사업 견적서를 제출하면, HW 8억원, SW 2억원, 총 10억원 예산으로 줄어든다”며 “SW 기술료는 물론 국방 사업 수행을 위해 지방의 보안 시설에서 상주하는 데 따른 제경비도 제대로 보전받지 못 한다”고 부연했다.
국방 SW 프로젝트를 200개 이상 수행한 디지털트윈 기업 C사 대표는 “국방 SW 사업 이후에도 R&D에 지속 투자할 수 있도록 기술료를 충분히 지급해야 사업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미국은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SW 기업의 사업 지속성을 위해 기술료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러한 관행 해결 없이는 국방 SW·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이 새로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A사 대표는 “중소 SW 기업은 수십·수백억원을 들인 SW 자산을 보호받지 못하고, 적자를 내는 신세”라며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 방산 SW 기업과 방산 AI 기업이 새로 등장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