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무인 달 탐사차 ‘인듀어런스’ 설계 개시
화성 탐사차보다 속도 10배…이동거리 100배
적재 능력은 무려 200배…달 남극 투입 예정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월면 암석 채취에 활용할 사상 첫 ‘무인 달 탐사 차량’ 설계에 착수했다. ‘인듀어런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탐사 차량은 현재 화성에서 운영되는 비슷한 목적의 탐사 차량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 이동 속도는 10배, 총 이동 거리는 100배, 암석 샘플 적재능력은 무려 200배에 이른다. 인듀어런스는 2030년대 달에서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한 지질 조사용 장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17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 표면 조사를 위한 탐사 차량 인듀어런스 설계를 개시했다고 전했다.
바퀴가 4개 달린 인듀어런스는 리어카와 경차 중간 정도의 덩치다. 길이 2.7m, 폭 1.8m, 높이 2.5m다. 차체에는 카메라와 적외선 감지 장비, 암석 채취용 삽이 달려 있다.
인듀어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인류가 한 번도 달에 보낸 적 없는 자율주행 무인 탐사 차량이라는 점이다. 1960~70년대 미국이 시행한 아폴로 계획 과정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자동차를 가져간 적이 있지만, 이는 우주비행사들이 직접 탑승해 운전하기 위한 용도였다. 자체 탐사 기능 없이 수송 목적으로만 쓰였다. 하지만 인듀어런스는 인간 개입을 최소화한 채 알아서 주행하고 암석 샘플까지 퍼담는 기능이 달렸다. 암석 샘플은 향후 달에 갈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가져와 분석한다.
인듀어런스가 주목되는 이유는 사상 첫 달 탐사용 무인차량이라는 데에만 있지 않다. 비슷한 지상 탐사 목적으로 2021년 NASA가 화성에 투입한 최신 차량 ‘퍼서비어런스’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
NASA 설계안에 따르면 인듀어런스의 이동 속도(시속 1㎞)는 퍼서비어런스에 비해 10배 빠르다. 임무 기간 중 총 이동 거리(2000㎞)는 100배 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물 적재능력이다. 인듀어런스의 암석 샘플 채취량(100㎏)은 퍼서비어런스보다 200배나 많다.
NASA가 이 같은 고성능 탐사 차량을 달에 보내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듀어런스는 달에 유인기지를 짓고 운영하기 위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핵심 임무다. 유인기지는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달 남극 에이트켄 분지에 지을 예정이다. 인듀어런스의 운영 지역 역시 남극 에이트켄 분지다.
그런데 남극 에이트켄 분지는 매우 넓다. 지름이 약 2000㎞다. 이런 넓은 곳에 널린 암석 샘플을 확보하려면 빠른 속도로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는 성능과 막대한 적재능력이 필수다. NASA가 인듀어런스 같은 탐사차량을 만들려는 이유다. NASA는 “인듀어런스는 달의 지질학적 조건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