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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대해부 by 머니랩
2025년 ‘화폐전쟁’의 포문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열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돈을 주고받는 이 시스템이 전 세계 통화의 흐름을 뒤흔들고 있다. 복잡한 결제 절차, 높은 수수료 등 은행 시스템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바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선 통화 주권 훼손, 자본 유출 등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통화량 급증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부채 위기로 이어질 거란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
머니랩은 ‘경제 이슈의 블랙홀’이 된 스테이블코인을 여러 관점에서 다층·다각도로 조명한다. 일상을 파고든 이 신종 통화가 얼마나 사회적 후생에 도움을 줄지, 정부와 암호화폐 업계가 그리는 그림은 과연 뭔지, 이런 변화 속에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스테이블코인을 이해하는 데 총 7회 기획만으로 차고 넘치도록 준비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교동 홈플러스 합정점. 마트 입구에 들어서면 조금 특이한 자동입출금기(ATM) 한 대가 눈에 띈다. 비트코인·테더 등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디지털 ATM(DTM)’이다. 홍대거리에 놀러 온 영국인 취업준비생 로베르타(Roberta)가 여권과 얼굴을 인증하고 비밀번호를 누르자 전자지갑 QR 코드가 인쇄된다. ATM 운영사 다윈KS의 전자지갑이다. 이 지갑으로 이용자가 보유한 테더(USDT,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 원화로 인출할 금액을 선택하자 실시간 시세(코인베이스 기준)를 적용한 금액만큼 다윈KS로 테더가 송금된다. 이후 5분 가량 불법 의심 거래 확인 절차를 거치고 난 뒤 로베르타의 e메일로 ‘돈을 찾아가도 좋다’는 메시지와 QR 코드가 들어온다. 이 QR 코드를 ATM에 입력하면 원화가 인출돼 나온다. 필요하면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선불체크카드(코나카드)로 받을 수도 있다.
로베르타는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소액 보유하고 있는데, 여행경비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인출해 쓰고 있다”며 “미국·유럽에선 이미 온라인 쇼핑몰에서 테더로 결제할 수 있는데 한국은 변화가 좀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명동 거리에 위치한 환전소 머니클럽. 다른 환전소와 달리 이곳에는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등 암호화폐도 원화로 환전해 준다는 광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환전소에 들어서면 암호화폐 전용 ATM(CTM, Crypto ATM)이 보인다. 달러·유로·위안화 등 법정화폐는 대면 창구에서, 암호화폐는 이 ATM을 이용하면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진석(가명)씨는 “지난 금요일에도 2~3명의 외국인이 암호화폐 ATM 이용법을 문의했다”며 “한 번 이용해본 사람은 다시 찾아와 계속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트·병원·백화점까지…일상에 성큼
한국에서도 대형마트와 백화점·환전소 등 스테이블코인을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확산하고 있다. 지금은 디지털 ATM을 이용해 테더를 원화로 인출한 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지만, 이르면 10월부터 원화 인출 없이 곧바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크립토포스)가 일선 병원과 백화점 등에 도입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