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업체인 중국 BOE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대승을 거뒀다. ITC가 중국 업체의 기술 탈취를 인정해 BOE에 약 15년 동안 미국 시장에 OLED 패널 수입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BOE의 애플 아이폰용 패널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빠른 추격에 골머리를 앓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반사 이익을 보게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BOE의 OLED 패널이 14년 8개월 동안 미국에 수입될 수 없다는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EO)을 포함한 예비판결을 내렸다. 지난달엔 예비판결의 대략적인 내용만 알려졌지만 최근 판결문이 공개로 전환되며 구체적인 제재 사유와 방법이 공개됐다.
ITC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안 조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해 사용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LEO 기간은 보통 ‘부당이익을 없애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이번에 ITC는 이례적으로 여러 개별 영업 비밀과 기술의 개발 소요 시간을 합산해 기간을 늘렸다. 또한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도 모두 금지해 현지 영업활동에도 제약을 뒀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장기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양분 중인 아이폰 공급망에서 BOE 비중을 차츰 늘려가며 단가 인하 압력을 강화해왔는데 이번 판결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아이폰용 소형 OLED 패널 점유율에서 BOE(22.7%)는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21.3%)를 제쳤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수입금지와 재고사용 금지 조치 즉각 발효 시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긴급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 인하 우려 완화와 경쟁강도 완화를 통해 국내 아이폰 디스플레이 밸류체인에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점유율에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수입 금지에 따라 탑재 테스트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세트사들의 BOE 탑재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ITC의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 이뤄질 예정이다. 예비판결의 경우 ITC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내리기 때문에,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