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1위 기업을 상대로 한 건축자재 ‘스페이서(간격제)’ 특허 분쟁에서 후발주자인 다스코가 최종 승소했다. 다스코는 덕신EPC와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했지만, 특허무효 심판에서 승리하면서 ‘9회말 역전’에 성공했다. 승소를 이끈 건 박성수(사법연수원 21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덕신EPC가 보유한 특허가 ‘기존의 기술보다 한 단계 발전하지 않았다(진보성 결여)’는 대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내면서 국내 특허 분쟁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다스코가 덕신EPC를 상대로 제기한 스페이서 특허 무효 심판에서 원고 승소 판정을 내렸다. 덕신EPC가 보유한 스페이서 특허가 무효로 결정되면서 다스코 등 후발주자들은 라이선스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시장 점유율 40%에 이르는 덕신EPC를 상대로 한 승소였으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4년 특허침해 소송을 시작으로 양측 사이 특허 분쟁이 10년 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 스페이서는 건축물 층간 바닥이나 지붕이 되는 판형 구조물을 만들 때 콘크리트 사이 간격을 맞추기 위해 쓰는 건축 자재다. 철근을 둘러싼 콘크리트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함으로써 철근 부식 방지는 물론 콘크리트 부착력도 확보할 수 있다. 덕산EPC가 보유한 특허는 ‘ㅅ자’ 형상의 스페이서였다. 다크소의 경우 ‘U자형’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모양·기술상 차이가 있는지 여부가 특허침해 소송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두 기술 사이 차이가 분명치 않다며 덕신EPC 손을 들어줬다. 다스코는 2심 승소를 위해 김앤장과 법무법인 태평양·화우를 동시 선임했다. 덕신EPC도 법무법인 광장·세종·율촌 변호사로 방어진을 구축하면서 판이 커졌다. 2심인 특허법원은 양측 스페이서가 다른 기술이라며 원심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9년 덕신EPC·다스코가 보유한 스페이서에서 기술적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며 덕신EPC의 승소로 판단했다. 5년 동안 특허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다스코는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해 3월 덕신EPC를 상대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하면서 반전을 꾀했다.
쟁점은 덕신EPC가 보유한 ‘ㅅ자’ 특허가 기존에 개발된 기술보다 한 단계 발전하는 등 진보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특허 받은 기술이 앞서 개발된 선행 발명보다 진보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아내면 특허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었다. 박 변호사와 장현진(33기) 변호사, 정해양 김앤장 변리사는 덕신ECP ㅅ자 스페이서 이전에 개발된 기술을 찾기 위해 각종 문서를 뒤졌고, 결국 10개에 달하는 선행발명을 찾아냈다. 특히 이들 기술을 기반으로 ㅅ자 스페이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앤장은 다스코를 대리해 “선행발명을 결합하면 해당 특허를 쉽게 도출할 수 있다. 특허의 진보성이 없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패배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셈이다.
박 변호사는 “후발주자 중 일부는 매출 100% 가까이 타격이 있을 수 있었다”며 “만약 후발주자가 패소했다면 라이센스 비용 지출과 건설 원가가 오를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