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에너빌리티가 탈석탄·비화석을 선언하고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결과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친환경 체질 개선 이후 중동 시장 진출 확대의 신호탄을 울렸다. 올해에만 벌써 4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33번 등장한 '친환경'···정비된 사업 포트폴리오
두산에너빌리티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무려 33차례 등장한다. 과거 석탄발전에 의존했던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자사의 방향성과 전략을 강조한 대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두산에너빌리티는 석탄발전이라는 '올드 에너지'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빠른 구조조정과 선제적 투자가 회사의 색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부터 '탈석탄'을 본격화했다.
우선 영국 소재 석탄·환경 플랜트 계열사인 '두산 바브콕'을 지난 2022년 매각했다. 2023년에는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계측제어 시스템 회사 'HF Controls', 영국 수처리 업체 '엔퓨어(Enpure)'를 정리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 법인 '두산파워시스템아메리카'를 청산하며 석탄 관련 자회사 정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시에 친환경 중심의 계열사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2023년 12월에는 무탄소 에너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두산지오솔루션'을 설립했고 지난해 1월에는 2차전지 재활용 사업을 맡는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이 문을 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친환경 사업 수주 실적은 전체 수주 대비 83%를 차지했고 2028년까지 친환경 사업 비중을 88%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사우디·카타르서 4건 수주···친환경 기술로 중동 '노크'
두산에너빌리티는 그간 정비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올해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서 연이어 가스발전소 수주를 따내며 현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카타르와 2900억원, 500MW(메가와트) 규모의 라스 아부 폰타스 피킹 유닛 가스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우디와는 2조2000억원에 달하는 1800MW의 루마1, 나이리야1와 8900억원 규모의 PP12 가스복합발전소(1800MW) 계약을 따냈다.
중동은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월드컵, 국제박람회 등 대규모 행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고 산업 고도화 정책에 따라 전력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설비 규모가 2025년 92.9GW(기가와트)에서 2030년 123.2GW로 연평균 6GW 규모의 발전소가 증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최근 중동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효율적인 발전 설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가스복합발전소와 같은 고효율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두산에너빌리티에게 기회로 다가온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지난 2021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녹색 산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해 가스터빈, 차세대 원전,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 4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친환경 발전 기술로 분류되는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제작 기술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전 세계에서도 드물다.
중동이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대체에너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은 향후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사실상 석탄 관련 사업은 더이상 추진하지 않고 풍력발전‧원전 등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지형과 지역 특성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