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에서 드러난 미국의 유럽 ‘뒷담화’···“무임승차” “한심하다” 발언에 유럽 분노

2025-03-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외교안보라인이 기자가 참여한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 일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파장이 유럽에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유럽에 대해 “한심하다(PATHETIC)”고 언급하고, “무임승차”한다고 비난한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됐기 때문이다. 유럽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 분석가들은 “미국이 유럽에 대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분노에 찬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 ,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전했다.

시그널의 채팅방에 참여한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공개한 대화 내용을 보면 J D 밴스 부통령은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하며 “나는 유럽을 또다시 구제하는 게 정말 싫다”며 이번 공습이 미국보다 유럽에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혐오감을 전적으로 공유한다”며 “그것은 한심한 일(It’s PATHETIC)”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로 추정되는 ‘SM’이라는 대화명을 쓴 이는 유럽이 미국에 작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항해의 자유를 성공적으로 복구한다면, 그 대가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어야 한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인들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에 대한 경멸을 확인하게 됐다”며 “워싱턴의 가장 가까운 군사·외교 파트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조롱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WP는 “채팅방 대화에서 드러난 강렬한 감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국방비 증액이나 무역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유럽에 대한 뿌리 깊은 경멸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전 스웨덴 총리 칼 빌트는 “밴스 부통령은 다시 한번 깊은 반유럽적 분노에 사로잡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고, 프랑스의 전 사령관 니콜라 리슈 장군은 “진정한 증오”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유럽 의회 의원인 나탈리 루아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푸틴은 이제 실업자다. 더 이상 스파이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며 기밀 유출이 미국인으로부터 나왔음을 지적하며 “(푸틴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릴 필요가 없다. 트럼프가 처리할 것”이라고 썼다.

이탈리아 국제 관계 연구소장 나탈리 토치는 NYT에 “대서양 동맹은 끝났고, 기껏해야 무관심한 경멸이 있을 뿐”이라며 “최악의 경우, 유럽을 약화시키려는 적극적 시도가 있다”고 말했다.

시그널 채팅방의 대화 내용이 사실과도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미국에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단순히 통보받았다고 NYT에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후티 반군 공습에 영국의 급유 항공기가 지원된 사실을 언급했다. 영국의 전 국방장관 그랜트 샤프스는 유럽 군대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상업 선박을 표적으로 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샤프스는 엑스에 “나는 후티에 대한 공습 4건을 승인했고, 영국 해군은 해상 운송을 방어했다. 우리 군대는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워싱턴DC의 일부 사람들에게 이를 상기시켜야 한다”고 썼다.

미국과 군사·안보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영국 야당인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JD 밴스와 그 동료들은 그룹채팅을 운영할 자격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운영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며 “우리 안보기관이 그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채팅방 유출 사건은 밴스 부통령의 뿌리 깊은 ‘유럽 혐오’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밴스 부통령은 “현재 유럽의 가치가 미국이 방어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유럽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유럽 스스로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서 후퇴하는 것”이라 연설하며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유럽이 “문명적 자살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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