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질병의 고통 정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반려동물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방광염이나 방광 결석이다. 방광염이나 방광 결석이 있는 반려동물의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예전에 혼자 사는 친구가 일요일 새벽에 전화가 왔다. 방광 쪽이 너무 아파서 꼼짝을 할 수 없다고 응급실에 좀 데려가 달라는 전화였다. 얼마나 고통이 심하면 날이 밝기도 전에 전화했을까 싶어 친구를 응급실에 데려가 보니 방광 결석으로 인한 방광염 때문이었다. 그 친구를 보며 방광 결석이 저렇게 고통스러운 질병이었구나 싶었다. 이후로 반려동물이 소변을 자주 보러 간다거나 피오줌을 본다는 반려동물들의 통증을 짐작하게 되었다.
방광 결석이 있는 반려동물은 방광 통증으로 한 번에 시원하게 소변을 보지 못하고 조금씩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피가 섞인 소변을 보게 되는데, 그제야 반려인들은 깜짝 놀라 동물병원에 데리고 온다. 그런 경우 방사선 촬영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방광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 방광 결석이 작은 경우라면 식습관을 바꿔 결석이 녹도록 시도하고, 크기가 큰 경우엔 수술로 제거한다. 수술로 방광 결석을 제거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재발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고양이는 방광 결석도 때로 문제가 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방광을 포함하여 요로에 염증이 발생하는 ‘하부요로계 증후군’이다. 이럴 경우 고양이는 소변을 자주 누고,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며, 최악으로는 요로가 막혀서 소변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응급상태 때는 빨리 동물병원에 와 적절한 조처를 해주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몸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동시에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줘야 한다.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