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층 젊어지고 자사 출신 인사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조직 안정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꾀한 결과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69개 사의 CEO 517명을 분석한 결과 올해 자사 출신 CEO는 423명으로 비중이 81.8%에 달했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2023년 80.0%, 지난해 80.3%와 비교해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은행(13명)과 상사(8명) 업종은 CEO 전원이 자사 출신이었다. 생활용품(99.5%), 지주사(88.6%), 보험(88.0%) 업종도 ‘토박이’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보험업은 2년 전 66.7%에서 올해 88.0%로 껑충 뛰며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반면 공기업은 자사 출신 비중이 22.2%에 그쳤고, 서비스업 역시 절반 수준인 56.5%로 외부 영입 전문경영인 의존도가 높았다.
CEO 평균 연령은 2년 연속 하락하며 60세 선이 무너졌다. 2023년 61.1세, 2024년 60.3세였던 평균은 올해 59.8세로 떨어졌다. 서비스업 CEO 평균 나이는 54.8세로 가장 젊었고, 공기업은 65.4세로 가장 높았다.
주요 사례로서 한솔제지는 한철규(63) 전 대표에서 한경록(46) 대표로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메리츠화재도 김용범(62) 전 대표에 이어 작년부터 김중현(48)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GS리테일은 허연수(64) 전 대표를 거쳐 올해 허서홍(48) 대표로 바뀌었다.
전문경영인 최연소는 43세 이재상 하이브 대표다. 오너 경영인 중에서는 구웅모(36) LT 대표이사 전무와 권혁민(39) 도이치모터스 대표가 30대, 박주환(42) TKG태광 대표와 김슬아(42) 컬리 대표가 40대 초반이다.
반대로 최고령 전문경영인은 81세 이수광 DB그룹 회장이다. 이재규(79) 태영건설 부회장, 홍사승(77) 쌍용C&E 회장 등 70대 전문경영인도 다수다. 오너 경영인 중 최고령은 손경식 CJ 회장과 강병중 넥센 회장으로 각각 86세다.
조사 대상인 CEO 중 여성은 전체의 2%대(12명)로 3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해 새로 취임한 여성 CEO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기 침체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조직 안정성을 위해 내부 승진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