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구별법
인플루엔자(독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유행하면서 기침으로 여기저기 콜록거리는 사람이 많다. 날이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바이러스),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기 쉽다. 호흡기 점막도 건조해져 기침·가래·콧물·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심해진다. 호흡기 증상 중 하나인 기침은 정상적인 신체 방어 활동의 일종이다. 호흡기 자극 물질이 코를 통과해 목 기관지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폐 속 공기와 함께 몸 밖으로 밀어낸다. 기침은 유발 원인에 따라 양상이 미세하게 다르다. 주의해야 할 기침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참으려고 해도 터져 나오는 기침은 호흡기 질환을 의심하는 강력한 징후다. 임상적으로 기침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처음엔 가볍게 콜록거리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된 기침으로 기관지 점막이 예민해져 발작적으로 기침한다. 단순 기침이라도 방치하면 위험하다. 만성 기침은 숨길인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호흡을 불편하게 만든다. 또 발작적인 만성 기침이 가슴 뼈에 미세한 골절을 유발해 가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기침은 아무리 길어도 4~8주를 넘기지 않는다. 별다른 이유 없이 8주 이상 장기간 기침을 한다면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천식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만성 기침이 가슴 뼈 미세 골절 유발
똑같이 콜록거리는 기침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양상으로 기침하느냐에 따라 의심하는 질환이 다르다. 낮에는 괜찮은데 유독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가래 없이 마른 기침을 한다면 천식을 의심한다. 바로 기침형 천식이다. 천식 초기에는 쌕쌕거리는 천명음 없이 기침만 하기도 한다. 뇌가 각성하는 낮에는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서 염증을 억제하지만, 밤에는 기도 염증 반응이 심해져 더 심하게 기침한다. 기침형 천식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 진행하면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자극적인 냄새, 담배 연기, 운동 등 일상적인 자극에도 기침을 한다.
숨을 쉴 때 그르렁거리고 끓는 듯한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라면 COPD, 만성 기관지염, 폐렴 등을 동반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만 45세 이상으로 흡연을 한 기간이 30년 이상이라면 COPD를 의심한다. 비가역성 폐 손상을 유발하는 COPD는 시간이 갈수록 기도가 좁아져 폐 기능이 나빠진다. 평지를 천천히 걷는 산책만으로도 호흡곤란이 와서 숨이 가쁘다. 폐 기능이 더 악화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재채기 같은 기침을 하면서 목 안쪽에 끈적거리는 이물감이 느껴지는 코막힘·후비루 증상이 있다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목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반복적으로 기침한다. 기침할 때 피가 난다면 폐암·폐결핵일 수 있다.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40%는 기침 때문에 병·의원을 찾는다는 보고도 있다. 폐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도 기침이다. 암으로 인한 기침은 종종 호흡곤란을 동반하면서 기침의 빈도·강도가 강해진다.
속이 쓰리면서 기침한다면 야식 피해야
흡연력이 없고 기침 유발 요인도 없는데, 계속 기침을 한다면 수면 상태를 점검한다. 잠을 잘 때 반복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으로 기도가 손상되고 염증이 심해져 기침을 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기침은 코를 심하게 고는 비만 남성이나 폐경기 여성에서 흔하다. 코골이 환자는 만성 기관지염 발병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도 있다.
속이 쓰리면서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위식도 역류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역류한 위산이 식도 하부 점막에 위치한 기침 유발 감각 신경을 자극한다. 주로 식사 후 기침을 하는 역류성 기침이다. 야식을 즐긴다면 밤에도 기침한다. 역류성 기침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평소 취침 3시간 전부터 음식 섭취를 자제하고 잘 때는 높은 베개를 사용한다. 복압을 높이는 격렬한 운동도 피한다.
약이 유발하는 기침도 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 DPP4 억제제 등 일부 약은 중추신경계인 기침 중추를 자극하고, 기관지 평활근을 수축시켜 기침을 유발한다. 주로 목 안쪽이 간질거리면서 지속적으로 마른기침을 한다. 심혈관 질환이나 고혈압·당뇨병 진단 후 약을 먹었는데 수 주 이내 전에 없던 기침이 갑자기 생겼다면 약을 의심한다. 기침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약을 바꾸면 기침도 사라진다.
놓치면 위험한 기침 증상
1. 기침이 8주 이상 지속된다.
2. 기침할 때 피가 섞여 나온다.
3. 늦은 밤에 발작적으로 마른기침을 한다.
4.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에 기침이 심해진다.
5. 가래가 낀 기침을 한다.
6. 기침으로 숨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