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세균’에 감염된 사례가 지난해 4만건을 넘어섰다. 감염자 10명 가운데 약 8명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 신고 건수는 총 4만2827건(잠정)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3만8405건과 비교해 11.5% 증가했다.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최소 한 가지 이상 내성을 나타내는 장내세균목 균종에 의한 감염질환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1954건 ▲2019년 1만5369건 ▲2020년 1만8113건 ▲2021년 2만3311건 ▲2022년 3만548건 ▲2023년 3만8405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2018년과 비교해 6년 만에 3.6배가량으로 불어난 셈이다.
CRE 감염증이 위험한 이유는 사망률이 26∼75%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어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적이어서다.
실제로 CRE 감염증에 따른 사망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연도별로는 ▲2018년 143명 ▲2019년 203명 ▲2020년 226명 ▲2021년 277명 ▲2022년 539명 ▲2023년 661명 등으로 증가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1∼6월에만 439명이 CRE 감염증으로 숨졌다.
해당 감염증의 주요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나라보다 많은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16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로, OECD 38개국 평균 13.1DDD에 견줘 2.9DDD 많았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감기(급성상기도감염)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은 2002년 73.3%에서 2022년 32.4%까지 꾸준히 줄었지만, 독감 유행 등으로 2023년 다시 41.4%로 늘었다.
노인 인구와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이 늘어난 것도 CRE 감염증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CRE 감염증이 주로 의료기관 내에서 감염된 환자나 병원체 보유자와의 직·간접적 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감염자 중에서 60대 이상이 80%를 넘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기관의 다제내성균 감염과 이로 인한 사망은 다인실 위주의 입원 환경과 간호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는 등 병실 구조 개편과 간호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