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산업기술 유출 100건 육박…작년 반도체 기술 유출 '최다'
기술 유출, '국가 안보' 개념으로 전환…빠른 대응 절실
지난해 12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50대 한국 교민은 반도체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7월 중국이 반간첩법을 개정한 이래 최초로 구속된 한국인 사례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기술 유출과 관련된 사안을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보고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해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유출한 인물에 대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30일 제기된다.
이미 미국 등 서방은 북한, 러시아, 중국 등으로부터의 기술 탈취 위협이 증가하며 관련 문제를 엄중한 국가안보 사안으로 보고 핵심·첨단 기술 통제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기술 유출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산업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전을 노린 '산업스파이' 중심의 기술 유출 사고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기술 확보를 위한 각국의 물밑 전쟁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국의 정보기관이 '기술 패권' 시대에서 물밑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총 96건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작년에 적발된 반도체 기술 유출 건수가 15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후 가장 최다 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간첩죄' 대상은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한 자,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군사상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간첩행위에 대한 판단은 여러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기밀의 경우 군사적 사안에 국한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산업 관련 사안에 간첩죄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적대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반도체,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 시대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산업의 관점에서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장 71개 조항으로 개정된 반간첩법을 시행하며 기술 유출을 비롯해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모든 사안을 국적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당장 내년 1월부터 반도체·AI·양자컴퓨터·마이크로전자기술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은 산업기술 해외 유출의 현황과 대책 방안에 대한 국회 정기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 일부 국가는 해외에서 자국의 기술이 유출되는 경우에도 법률의 역외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심각성 탓에 우리도 관련법의 신설이나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국회에서도 처벌 대상을 넓히고 강도도 높이는 산업법의 개정안을 계속 발의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들 법률은 간첩죄 대비 처벌이 약할 뿐만 아니라, 적국, 외국 정보기관 등에 의해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된 경우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술은 국가 간 이미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지만, 자국 우선주의에 기술 패권이 부각되면서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려는 그런 모습들이 강화되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라며 "전체 국제질서 세계질서를 완전히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면 우리도 여기에 맞는 형태로의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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