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차고 지붕도 무너뜨렸다…2~3배 무거운 '습설 폭탄' 주의보 [영상]

2024-11-28

지난 27일 여의도역 3번 출구 인근을 걷는 행인들은 “아얏”하는 소리내기 바빴다. 인근 빌딩 난간에서 떨어진 얼음 덩이리에 맞았기 때문이다. 빌딩 앞에 설치된 안전선은 무용지물이었다. 강풍이 불 때는 “팍팍팍”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 8㎝, 세로 7㎝ 크기의 얼음 덩어리도 쏟아졌다.

여의도 증권맨 김준수(28)씨는 “미끄러질까 봐 땅바닥도 봐야 하고, 위에서 쏟아질 얼음도 봐야 한다. 그야말로 지옥의 출근길”이라며 “가뜩이나 에너지를 다 쏟아 출근 전부터 힘든데, 얼음 덩어리까지 맞으면 너무 서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일대에 발효된 대설경보에 이어 습기를 머금어 무겁고 축축한 ‘습설 폭탄’ 주의보가 발령됐다. 고층 빌딩 옥상, 난간 등에 쌓이거나 매달린 얼음덩어리와 습설이 보행자를 위협하면서다. 습설은 보통의 눈보다 2~3배 무겁다. 얼음 덩어리는 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27일 낮 최고기온은 섭씨 1.2도, 28일 오전 10시 기온은 섭씨 1.5도였다.

28일 서울 공덕동을 지나던 최정혁(58)씨는 머리 위로 떨어진 눈을 털기 바빴다. 최씨는 “바닥에 쌓은 눈을 치우느냐 바빠서인지, 난간에 쌓인 눈 제설 작업은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합정역 인근 식당에서 나온 한 여성은 어깨에 얼음 덩어리를 맞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얼어붙은 눈 위로 또 눈이 쌓이며 얼음 덩어리 규모를 키우기도 한다. 28일 서울 가산동의 한 빌딩 2층 외벽에는 얼음 덩어리가 삐져나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서울 가산동으로 출근하는 홍상영(32)씨는 “건물 외벽, 옥상, 난간 등에 눈이 쌓인 걸 쉽게 볼 수 있다”며 “흡연장이 건물 사이에 있어, 습설 폭탄에 맞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건물 관계자는 “이틀 동안 눈이 와서 제설 작업을 하지 못한 곳이 있다”며 “제설을 바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적으로 제설이 어려운 구역도 있지만, 옥상·난간 등에 제설작업을 하지 않은 빌딩들이 많다. 지붕만 제설 대상일 뿐, 옥상과 난간을 제설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지자체가 있어서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빌딩 난간에 쌓인 눈은 제설 대상인지 애매하다. 건물 관리책임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빌딩 관리자는 “옥상 제설작업을 하고 있지만, 난간 제설작업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뭇가지 위에 평년보다 두껍게 쌓인 눈을 보고 놀라는 시민들도 있었다. 단풍이 채 떨어지지 않은 나무에 눈이 쌓여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도 했다. 평년보다 8일 늦게 북한산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등 올해 따뜻한 날씨에 남아 있는 단풍잎에 눈이 내려앉으면서다. 4세 아이와 어린이집 등원을 하다가 눈에 맞은 박수영(36)씨는 “아이가 깜짝 놀라 울었다”며 “눈이 그쳐도 우산 쓰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습설을 방치하면 인명 피해 사고로까지 이어지는 만큼 제설작업에 대한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7일 경기 평택시 소재 골프연습장 철제 그물이 무너져 30대 작업자가, 경기 양평군의 차고지 지붕이 무너져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건물 제설 범위에 대한 규정도 다르고, 권고 성격에 불과하다”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설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습설은 하중이 많이 나가, 비닐하우스나 가설건축물 쉽게 붕괴될 수 있다”며 “습설이 한파에 얼음 덩어리가 되는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해 미리 제거해야 한다. 다만 지붕 위를 올라가는 행동은 사고 위험을 키운다”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