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멈춘 영화관…“많은 추억 담긴 곳”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5가. 고층 건물들 사이로 빛바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관극장(하나의 스크린을 갖추고 단일 작품을 상영하는 영화관)인 광주극장이다. 허름한 건물 외관에는 큼지막한 손간판과 매표소가 남아있어 옛 극장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이날 오후에는 최근 재개봉한 영화 ‘챌린저스’가 상영 중이었다. 극장 내부 곳곳에는 1940~1970년대 극장 사진과 영사기 등이 전시돼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광주극장 관계자는 “영화를 상영하는 영상관 1층엔 낡은 의자가 많아 가급적이면 의자 보수를 마친 2층 좌석으로 관객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단관극장…시대극 촬영지로 인기

광주극장은 1935년 10월 개관 후 단관극장을 유지해왔다. 화재로 1968년 다시 지은 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856석의 옛 영화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극장에서는 1930~1940년대 악극단·창극단 공연이 주로 열렸고 해방 이후 애국강연회와 시민단체의 집회 장소로도 사용됐다. 주로 상업영화를 상영하던 광주극장은 2003년부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하고 있다. 대관행사를 제외하면 하루 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광주극장은 시대극 촬영지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초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속았수다’에서 ‘깐느극장’으로,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백번의 추억’ 1~2화에서 ‘동방극장’으로 등장했다.
광주극장 측은 “드라마 흥행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졌다. 광주시민의 추억을 넘어 전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국가유산 등록, 마지막 관문

올해 개관 90년을 맞은 광주극장은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광주 동구가 진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인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광주시는 광주극장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문화유산 전문가 등과 현장 검증 절차를 밟은 뒤 관련 보고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광주극장이 국가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선 지자체 심의와 전문가 현장 검증, 국가유산청 심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광주 동구는 지난해부터 국가유산 등재를 위한 용역을 추진한 결과 최근 광주시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김형수 광주극장 전무이사는 “광주시민의 추억이 담긴 지역 대표 인문자원 중 하나인 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광주 동구와 함께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