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골칫덩이’ 빈집을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철거하게끔 재산세 감면 등의 적극적 장려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혜택을 주는 방안에도 빈집을 철거하지 않으면 빈집에 ‘세금’을 따로 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0일 ‘빈집 정비를 위한 지방세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방치된 빈집이 사회문제로 부상함에 따라 지방세의 혜택과 부담을 균형 있게 활용해 소유자가 빈집을 자발적으로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통계청 주택총조사를 보면, 전국의 빈집(미거주 주택)은 2015년 106만9000호(전체 주택의 6.5%)에서 2023년 153만5000호(전체 주택의 7.9%)까지 늘었다. 인구 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빈집은 화재나 범죄 위험이 있고 주변 지역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지방자치단체장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보고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소유자 입장에서 철거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 세율이 토지에 대한 세율보다 낮아서다. 집을 철거하면 빈 땅에 세금이 매겨지면서 재산세가 오르게 된다. 지난해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일부 도입됐지만, 효과가 미미해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빈집을 철거하면 재산세를 철거 전 주택세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새롭게 제안했다. 또 해당 부지를 주차장·쉼터·공원·텃밭 등 공공 용도로 쓰면 재산세를 일정 기간 50~100% 감면해 주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철거하지 않고 버티는 빈집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자체가 철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응하지 않으면, 지자체 조례를 통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이다.
이런 조치에도 빈집 방치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빈집세’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실제로 빈집 문제로 골치를 앓는 일본의 교토시는 내년부터 ‘교토시 비거주 주택 활용 촉진세 조례’에 따라 1년에 30일 이상 비어있는 빈집에 주택 평가액의 0.7%, 토지 평가액의 0.15~0.6%를 빈집세로 부과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도시와 프랑스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이는 ‘증세’에 해당하므로 빈집 발생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국민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빈집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대응 체계를 꾸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국토도시실 산하에 ‘빈건축물대응팀’을 신설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빈 건축물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