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憲法 속의 눈을 생각한다

2025-01-09

헌법(憲法). 요즘 가장 또렷해진 단어는 단연 헌법일 것이다. 한밤중, 느닷없는 계엄 선포라니! 두부 같은 머리, 그 머릿속 실핏줄이 거미줄이 아니라면 어디 감히 꿈조차 꿀 일인가. 저 위헌적 발상에 놀라 어안이 벙벙했으나 이젠 헌법에 적힌 대로 따박따박 응징할 차례다. 독 안에 든 쥐의 말로는 외길뿐임을 역사는 증명한다. 이참에 헌법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본다.

‘憲’자는 宀(집 면)과 丰(예쁠 봉), 目(눈 목), 心(마음 심)이 결합한 모습이다. 일견 해롭다는 뜻의 해(害)와 얄궂게도 비슷해 보인다. 이는 해로운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밝은 눈과 마음으로 감시하라는 것. ‘法’자는 水(물 수)와 去(갈 거)가 결합한 것으로 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자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 당연한 이치를 뜻하는 것(이상 네이버 옥편 참조).

지금부터 약 250년 전에 살았던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지독한 메모광이었다. 연암의 초상화를 보면 넉넉한 풍채에 부리부리한 눈이 눈길을 끈다. 그는 그 매서운 눈으로 사물을 보고 기록하여 <열하일기>를 남겼다. 아들 박종채(1780~1835)도 연암을 닮았다. 그가 쓴 아버지 전기인 <과정록>에는 연암의 이런 어록과 일화가 풍부하다. “비록 외물의 지극히 은미한 것, 예를 들면 풀과 짐승과 벌레들은 모두 지극한 경지가 있으니,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오묘함을 볼 수 있다.”

자기 몫의 시대를 사는 건 영원의 흐름에서 잠깐 오늘을 감당하는 일이다. 눈앞의 세상을 보지만 저 세계도 우리를 동시에 보고 있다. 이 풍경의 커다란 눈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모두 함께 살아가는 중이겠다. 앞으로 250년 후 이 오늘은 어떻게 기록될까.

연암은 기특한 아들에 빼어난 손자도 두었다. 개화말의 근대사상가로 우의정에까지 오른 박규수(1807~1877). 그는 은퇴 후 학문에 열중하면서 시, ‘세모에 어떤 이에게 주다(歲暮寄人)’에서 이런 구절을 남겼다. “冷眼看時務 虛心讀古書(냉안간시무 허심독고서)·냉철한 눈으로 시대의 책무를 살피고 겸허한 마음으로 옛글을 읽는다.” 아무리 우회해도 끝내 바다를 찾아가는 강물처럼, 당장 4년 후를 벼르며 눈을 부릅뜬 이들이 이 시대와 우리 공화국을 길이 보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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