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디지털화와 표준화

2025-01-08

아파트 인테리어와 같이 오프라인 중심의 파편화된 서비스 시장은 오랜 시간 정보 비대칭성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가 설명한 레몬마켓(Lemon Market)의 개념은 이러한 시장 구조를 잘 보여준다. 레몬마켓이란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품질 낮은 서비스(레몬)가 시장을 장악하고, 품질 높은 서비스가 점차 사라지는 악순환을 말한다. 사업자는 단기적으로 초과 수익을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신뢰를 저해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 시장은 피치마켓(Peach Market)으로 전환될 수 있다. 피치마켓은 투명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품질 높은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추는 시장 환경을 말한다. 이는 정보의 투명성을 통해 고객과 사업자 모두가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디지털화는 레몬마켓을 피치마켓으로 전환하는 핵심 도구가 된다. 디지털화의 시작은 거창한 자본과 시간의 투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순하게는 디지털화된 기록을 잘 남기고,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소통이나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고객의 경우 과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유실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를 기록이 남는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거나, 거래처와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의 시작을 만들 수 있다. 이 작은 디지털화의 시도들이 모이면 결국 업계 전체가 표준화를 향해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산업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디지털화를 통한 오프라인 서비스 표준화는 산업 내의 규칙과 절차를 통합하고 투명성을 제공해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다. 파편화된 시장에서는 사업자마다 서로 다른 프로세스와 기준을 따르다 보니, 고객의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피곤함이나 불만족을 겪게 된다. 디지털화된 기록은 이러한 비효율성을 줄이고 서비스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다.

표준화는 단순히 거래를 간소화하는 것을 넘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표준화가 이루어질수록 고객은 더 예측 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고 사업자 간 협업과 효율성도 극대화된다. 또, 시장이 표준화될수록 개별 업체는 더 큰 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얻게 된다. 디지털화된 표준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디지털화의 초기 단계에서 쌓인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디지털화의 첫 단계는 신뢰를 쌓기 위한 데이터 기록의 디지털화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거래 내역, 서비스 이력을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과거의 불투명한 과정을 개선하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AI 기술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고객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과거에는 고객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대면 상담과 추측에 의존했다면, 데이터 기반의 AI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취향, 그리고 예산에 맞춘 맞춤형 제안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고객이 단순히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경험으로 이어지며, 디지털화와 표준화가 고객 가치로 직접적으로 환원되는 결과를 만든다.

파편화된 오프라인 시장에서 변화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만 고수하는 사업자는 점차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반면, 작은 디지털화 시도를 시작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는 사업자는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AI 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다.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디지털화된 표준과 데이터를 통해 고객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선도하며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김준영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ask@apartmenta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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