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오페라,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2025-08-14

조르주 로덴바흐(1855~1898)는 벨기에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다. 그에게 큰 성공을 안겨준 소설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문학작품에 사진을 수록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했다. 도시의 시각적, 공간적, 음향적 이미지가 개인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작품에서 브뤼주는 과거·전통·죽음의 공간이다. 주인공 위그는 사랑하던 아내를 사별한 뒤 아내의 모든 유품을 간직하고 특히 죽은 아내의 머리칼은 거의 신성시한다. 머리칼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사건이 벌어진다. 길가에서 죽은 아내와 똑같이 생긴 댄서 제인을 마주친 것이다. 그는 아내를 현실에서도 되찾고 싶어 그녀와 가까워진 뒤 죽은 아내의 드레스를 입혀보지만, 10년이나 유행이 지난 그 옷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아내와 똑같은 금발 머리 또한 공연을 위한 염색이었음이 드러난다.

이 불행한 남자는 그가 간직한 아내의 이미지에 제인을 자꾸 맞추려 하고 당연히 갈등이 심화된다. 작품은 제인이 아내의 신성한 머리칼을 조롱하자 위그가 그녀를 비참하게 살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죽음이 “두 여인은 단 하나로” 합쳐서 “더 이상 둘을 구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천재 작곡가 코른골트(사진)는 이 소설에 매료돼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썼다. 주인공은 각각 파울과 마리에타로 이름이 바뀐다. (죽은 아내의 이름은 ‘마리’다) 신낭만주의의 풍부한 화성과 매혹적인 선율은 지극한 사랑 때문에 병든 남자에 대한 연민을 일깨운다. 그러면서 코른골트는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한 편의 악몽으로 바꾼다. 꿈을 꾼 뒤, 파울은 과거의 미련이 자신의 현재를 잠식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브뤼주를 떠난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추억은 현재를 방해하지 않을 때 아름답다. 이로써 ‘죽음의 도시’는 한 편의 치유의 오페라로 거듭난다.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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