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통일교 측이 2022년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에게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통일교 간부의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녹음에서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이름이 언급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간부와 통화하는 육성 파일도 재생됐다.
“정진상이나 그 밑에 쪽, 화상은 될 것 같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가 심리하는 전씨 공판기일에서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측의 추가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통일교 간부들의 통화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다수 재생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22년 1월 25일 이현영 전 통일교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일전에 이 장관님하고 두군데 어프로치(접근)했어. 그건 그거대로 하고 이쪽은 오피셜하게(공식적으로) 가고요”라며 “그 다음에 정진상 부실장이나 그 밑에 쪽은 화상이니 그거 정도는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정 전 실장은 2022년 1월 이재명 캠프의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미국에서 오늘 기사 난 게, 윤석열은 즉흥적이다, 오히려 이재명은 실용적이다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의외의 남북관계를 풀어낼 거라고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프로치한 건 힐러리, 오바마, 일론 머스크, 민주당 상원하고 해서 미국 자체 인지도 높은 사람 8명”이라고 했다. 통일교 측에서 2022년 2월 11일 ‘한반도 평화 서밋’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참석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민주당 측 인사들을 초청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다른 날 통화에서 이 전 부회장에게 “야권이나 여권이나 의논해서 4명 다 (초청) 하려고 해요”라고도 말한다. 다만 이 행사에는 미국 민주당 측 인사나 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화상 축사도 없었다.
나경원 “펜스 부통령 만남, 가급적 당사에서 했으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육성 녹음파일도 법정에서 재생됐다. 나 의원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만남을 조율하며 직접 통일교와 소통하는 내용이다. 2022년 2월 11일 이현영 전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나 의원은 “가급적이면 일정을 제가 가운데서 어레인지(조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대선 캠프) 본부장도 모르고 다 모른다. 가급적이면 제3의 장소 또는 우리 당사나 이런 데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때 나 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당 선대위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윤 전 대통령은 2월 13일 행사장인 서울 송파구 롯데시그니엘호텔에서 펜스 전 부통령과 30분가량 회동했다.
다만 이날 정 전 실장이나 나 의원 등이 행사 참석을 넘어 한학자 총재와 만나거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통일교가 여야 모두와 관계를 형성하려 한 정황은 앞서 윤 전 본부장 진술로도 나온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말했다.
건진법사 “윤석열, 통일교의 은혜 입은 것”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대선 직후 이현영 전 부회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교에 은혜를 입었다”고 말하는 통화도 다시 한번 공개됐다. 앞서 지난 10월 전씨 사건 3차 공판에서 공개된 적 있는 녹음파일이다.
전씨는 2022년 3월 30일 이현영 전 부회장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의 은혜를 입은 거다. 은혜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충분히 말했다”며 “여사도 충분히 납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학자 총재와 비밀리에 미팅하기로 하셨다니까, 그렇게 일정 잡으시면 될 것”이라며 “은혜 입었잖아요 사실. 대통령 당선시켜 주셨잖아. 그 고마움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 여사는 2022년 3월 말 ‘건희2’ 번호로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한학자 총재에게 비밀리에 따로 감사인사를 드리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이날 재판부에서는 김 여사의 최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21그램 김태영 대표의 부인 조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두 사람 모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통일교 측이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선물한 샤넬 가방을 매장에서 교환한 게 유 전 행정관과 조씨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과태로 1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15일 증인신문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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