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외면해온 영풍, 실적마저 부진?…주주들 ‘부글부글’

2025-02-13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 610억원…연간 적자 2년연속 1천억원 넘을 수도

2월부터 2개월간 영업정지로 가동률에 치명타…올해 실적 우려 더 커

고려아연 적대적 M&A로 자사 주주들에 되레 역공…부실 경영 도마 위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효율화를 내세우며 MBK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하고 있는 영풍이 지난해 경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영풍·MBK 측이 5개월간의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경영 실적과 투자 등을 문제 삼자고려아연 측이 강하게 반발했고, 양측은 공방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영풍의 부실한 주주 환원과 지배 구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연대 등 주주와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되레 영풍의 경영 실적과 이사회 운영 등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특히 영풍의 경영 능력에 대한 바로미터로서 이번 실적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경우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잠정 실적을 조만간 공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실적을 공시한 고려아연의 경우 부진한 업황 속에 그나마 매출을 끌어올리고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영풍은 생산 제품이 아연과 황산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다 생산량을 늘리는 등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 부진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영풍의 적자 폭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1천억원이 넘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상당하다.

지난해 철강과 이차전지 등 관련 시장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영풍의 부진한 조업률 등을 감안할 때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각종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50%대로 하락해 반토막 난 바 있다.

여기에 영풍 장형진 고문의 장남 장세준 부회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 등 부진한 계열사의 경영 성과까지 영풍의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서는 58일 간의 조업정지로 실적은 더욱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는 당장 이달 26일부터 오는 4월 25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준비기간과 재가동을 위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4개월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촉발된 전략광물 대란 속에 경영 적자에 시달리는 영풍이 국내 아연 생산은 물론 안티모니와 인듐 등 희소금속 생산의 목줄을 쥐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생산독점으로 인한 가격 인상, 경영 악화에 따른 품질 저하 등의 우려다.

최근엔 고려아연 측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해온 영풍이 정작 자사의 주주 가치 제고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전장이 옮겨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영풍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자산운용에 이어 영풍정밀도 영풍측에 주주제안서를 보내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영풍 지분 3% 이상을 갖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도 주주 친화 정책을빠르게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사외이사 추천 등의 주주제안에 나섰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은 간단한 절차를 통해 실행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10년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풍의 시가가 극단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특히 이번 실적 공개로 영풍의 부실한 경영 능력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영풍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더욱 짙어지면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에 반대하는 기류가 더욱 뚜렷해질 거라는 전망이다.

영풍정밀의 경우 3월 열리는 영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의 분리 선출 안건도 제안했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소수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가간 갈등이 커지고 있고, 기업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안정적인 운영과 경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려아연 사태도 이런 측면에서 빠르게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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