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獨극우정당 지지·오픈AI 인수 제안 … 돌발행동에 투자자 멘붕
美정부효율부 이끄는 머스크
트럼프 전폭 지지에 기세등등
연일 극단적 정치 행보로 구설
오너리스크에 테슬라 주가 뚝
두달여 만에 30% 넘게 떨어져
유럽서 전기차 판매실적 급감
브로드컴·TSMC에 시총 역전
![](https://wimg.mk.co.kr/news/cms/202502/13/20250213_01110102000004_L00.jpg)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광폭 정치 행보를 보이며 논쟁적인 이슈를 양산하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 중국, 미국 일부 지역의 전기차 판매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주력하자 '오너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학개미 '최애' 기업인 테슬라 주가는 두 달여 만에 30% 넘게 하락하며 시가총액 9위로 밀려났다. 테슬라 시총은 브로드컴과 TSMC에 뒤처진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보다 6.34% 하락한 328.5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 16% 넘게 주가가 빠졌다.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최고점인 488.54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이 채 안돼 34% 떨어졌다.
테슬라 시총은 이날 1조56억달러(약 1533조원)까지 추락해 브로드컴(1조102억달러), TSMC(1조81억달러)에도 역전 당했다. 더 이상 '매그니피센트7(M7)' 기업으로 불릴 수 없게 됐고, 시총 1조달러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먼저 유럽,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부진해 회사 펀더멘털이 약화하는 것이 주가 하락의 1차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월 독일에서는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59.5% 급감한 1277대에 그쳤고,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같은 달 테슬라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3%, 12% 급감했다. 중국에서의 1월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11.5% 줄었다.
문제는 머스크의 광폭 정치 행보와 이슈 메이킹이 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전기차 판매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이민과 인종주의를 지향하는 독일 극우 정당 지지 연설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선 '나치식 경례'를 떠올리게 하는 동작을 하는 등 머스크의 반복적인 극우 정치 행보는 곧바로 독일에서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10일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이 오픈AI에 대해 약 974억달러(약 141조원)에 달하는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오픈AI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도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머스크는 앞선 2022년에도 트위터(현 X) 인수를 시도하면서 테슬라 주식 390억달러(약 56조원)어치를 팔았고, 그해 테슬라 주가는 연중 65% 폭락했다.
또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된 뒤 본업인 테슬라 경영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머스크는 "우리는 선출되지 않고 위헌적인 (입법·행정·사법에 이은 정부) 제4부인 관료주의를 갖고 있다"며 "이들(관료 집단)은 어떤 선출직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DOGE 수장으로서 정부 주요 부처 폐지, 공무원 대규모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는 머스크가 야당과 사법부의 제동에 개혁이 가로막히자 관료제 철폐의 정당성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테슬라 주가가 부진한데도 그의 신경이 미국 내 정치 싸움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야콥 팔켄크로네 삭소뱅크 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는 "2025년 테슬라의 가장 큰 도전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라면서 "머스크의 정치적 부담이 현재 판매, 브랜드 충성도,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회사 스티펠도 테슬라의 순호감도가 사상 최저치인 3%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오너 리스크가 강화되면서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글로벌 테슬라 차주들이 차에 '머스크가 지금처럼 미치기 전에 이 차를 샀다'는 표지를 붙이는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일렉트릭닷컴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 중 60%가 머스크의 정치적 행동이 테슬라 제품을 구매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정재원 기자 / 최현재 기자 /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