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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권지현 기자] 은행권 시가총액이 가장 큰 1등 형님주(株)보다 동생주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이목을 끌고 있다.
작년부터 증시 불황기가 이어지자 이미 많이 오른 형님주 대신 상대적으로 덜 오른 동생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한 외국인들이 최근 대형주에서 돈을 빼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형님주 주춤, 동생주 쑥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 업종 형님주인 KB금융은 이달 11일 주가(종가기준)가 8만4200원으로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동안 4.1%(3600원) 떨어졌다. 3개월 전과 비교했을 땐 9.2%(8500원)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금융의 시총은 11일 33조1351억원이었다. 시총 2등 은행주 신한지주는 11일 4만9100원으로 지난 7일 이래 3거래일 연속 5만원을 밑돌았다. 작년 11월 11일 5만6500원이던 주가는 3개월 만에 13.1%(7400원) 내려앉았다.
반면 시총 12조1785억원으로 동생주인 우리금융지주는 11일 기준 한 달 전보다 5.8%(900원), 3개월 전과 비교해선 1.9% 올랐다. 11일 우리금융 주가는 1만6400원으로, 지난 12월 4일(1만6720원)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역시 은행 동생주로 분류되는 DGB금융지주(시총 1조5815억원)는 11일 종가 9350원을 기록, 1개월, 3개월 전보다 각각 1.4%(130원), 12.8%(1060원) 올라 같은 기간 하락한 KB금융보다 성적이 좋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던 대형주의 주가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여 추가적으로 더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우들 간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한다. 최근 주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지난달 우리금융의 시총을 뛰어넘기도 했던 기업은행은 이달 소폭 내린 1만5000원 초반대를 형성, 시총 4위 자리를 다시 우리금융에게 되돌려줬다. 다만 호실적으로 반등세를 타면서 우리금융과의 시총 격차는 불과 약 1300억원으로 대폭 좁혀졌다. 시총 3조4608억원인 JB금융지주가 1400억원가량 덩치가 더 큰 BNK금융지주에 꾸준히 주가가 앞서있는 점도 눈에 띈다. JB금융은 한 달 전보다 5%(850원) 올랐는데, '2026년까지 총 주주환원율 45% 달성' 계획을 밝히는 등 지방금융 3곳 중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낸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동생주 선전 이유 뜯어보고 투자해야
최근 동생주가 선전하는 이유로 그간 1등주 위주로 투자됐던 자금이 이익 실현 등을 위해 빠져나간 점이 꼽힌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은행 대장주인 KB금융을 10만원대까지 끌어올렸던 외국인은 최근 한 달 새 1212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1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실적 시즌인 만큼 이들 금융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및 함께 내건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인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작년 연간 경영실적 발표에서 국내 금융지주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을 공언, 올해 회계연도 결산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에 나선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비과세 배당은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의 일부)처럼 기존 주주가 증자에 참여해 내놓은 출자 자금을 현재 주주에게 반환해 내주는 방식으로, 개인주주는 배당소득세 원천징수(지방세 포함 15.4%) 없이 배당금 전액을 수령하게 돼 배당수익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는다.
향후 금융지주에 대한 호실적 전망도 동생주 수익률에 영향을 줬다. 통상 경영 전망이 나쁠 때는 1등주에 돈이 몰리는 반면, 업권이 전체적으로 좋을 것으로 보이는 국면에선 동생주들도 강세를 보인다. 경기 확장 국면에서 다소 흠이 있는 기업도 약점이 묻히는 경우와 같은 맥락이다.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상반기 은행, 하반기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지주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업황이 좋을 것이라 해서 무턱대고 2등 동생주에 투자해선 안 된다"며 "금융사마다 주가 선전 이유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