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억원서 2024년 2억원으로 삭감
기상청 “연구 위축됐다가 올해 일부 복구”
이미 돌발가뭄 빈발···“대응 늦었다” 지적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급속히 발생하는 ‘돌발 가뭄’이 잦아지면서, 이를 인지하고 준비할 필요가 커졌다. 그러나 돌발 가뭄을 연구하기 위한 예산이 윤석열 정부 시절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당시 60% 삭감돼, 아직도 다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연구가 지연되면서 기상청은 올해 강릉 돌발가뭄을 세 차례 포착하고도 ‘연구 단계’라는 이유로 재난 당국에 알리지 못했다.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강릉시 기상가뭄 발생일부터 가뭄 재난사태 해제일까지의 기간 (4월19~9월22일) 중 돌발가뭄은 총 세 차례 발생했다. 1차 6월12~21일, 2차 7월30~8월5일, 3차 8월24~9월4일이다.
다만 기상청은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행정안전부 등 재난주관기관에도 전달하지 않았다. 연구 단계에서 시험 생산 중인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기상청 날씨누리에 게시된 기상가뭄 전망은 ‘약한가뭄(관심)’ 과 ‘보통가뭄(주의)’ 수준에 머물렀다.
돌발가뭄 연구는 기상청 R&D 사업인 ‘가뭄분야 장기원천기술연구’의 일환으로 가뭄특화연구센터에서 수행한다. 기상청이 연구 예산을 확보해 가뭄특화연구센터에 용역 형태로 연구를 맡기는 구조다. 이번 강릉 가뭄 국면에서도 가뭄특화연구센터에서 돌발가뭄을 감지했다.

기상청이 2021년부터 시작한 돌발가뭄 연구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진척이 더디다. 가뭄 분야 장기원천기술연구 예산은 2021년 5억원에서 3년간 동결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2024년 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4억원으로 늘었지만, 돌발가뭄 감시·예측정보를 구축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R&D 예산 삭감 영향으로 연구가 일시적으로 위축됐다가 올해 일부 복구됐다”며 “돌발가뭄 예측 기술 개발을 포함한 후속 R&D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상청은 내년부터 돌발가뭄 감시정보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돌발가뭄이 잇따르고 있어 기상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석 건국대 소방방재융합학과 교수팀이 지난 8월 발표힌 ‘기상학적 인자를 고려한 강원지역의 돌발가뭄 발생특성 분석’을 보면 지난 10년(2015~2024년) 동안 강원도에서 발생한 전체 가뭄의 약 41%가 돌발가뭄이었다.
이 의원은 “가뭄 피해에 비해 가뭄 연구에 대한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돌발가뭄에 대한 과학적인 감시와 예측을 대폭 강화한 예보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