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掃痕迹 소흔적 <figure><img src="https://www.usjournal.kr/news/data/20250821/p1065624557908119_355_thum.jpg" /></figure>竹林穿盡 路兩丫 죽림천진 로양아大路右路 左小路 대로우로 좌소로抗路煩多 逕無人 항로번다 경무인無求一事 掃痕迹 무구일사 소흔적대숲이 끝나갈 즈음 길은 양 갈래큰길은 오른쪽 왼쪽은 작은 길시끄러운 길 가기 싫어 오솔길로 방향 잡아구함도 없어 지나온 길 지우며 가네이상열 화가</div>

<div><h2>‘여름꽃’ 배롱나무꽃 탐방 </h2><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508/23/0a775039-43e3-43f7-9ade-7bd982361648.jpg" /></figure>여름꽃은 서운하겠다. 봄꽃과 가을꽃 사이에 끼어서 말이지. 봄, 매화와 벚꽃. 가을, 국화와 단풍. 여름, 꽃 시즌의 한가운데이건만 어째 사람들은 심드렁하다.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초록을 이길 수 없는 계절이어서인가. 그래서 여름꽃은 섭섭하겠다. 가운데 낳은 애들은 맏이나 막둥이처럼 딱히 불리는 단어도 없었으니, 가운데 낀 여름꽃도 그리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떤 꽃이든 묻혀 지낼 순 없다. 여름엔 백일홍이 있지 않나.오죽하면 매천 황현(1856~1910)이 이랬으랴.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꽃을 피우는 매화와 국화만 품격이 있다고 칭찬하고 한여름에 꽃을 피우는 백일홍은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안타깝다. 차가울 때 피었다면 매화 이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여기서 백일홍(百日紅)은 배롱나무꽃을 말한다. 한해살이풀 백일홍(백일초)이 따로 있어, 목백일홍이라고도 한다. 황현은 배롱나무꽃이 장마와 폭염이란 시련을 뚫고 붉게 터지고 말았음을 새겨보았다. 그 기개와 자태가 매란국죽 ‘사군자’ 이상이란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508/23/211f8565-2d2e-4237-b8a4-f792e3a2a4de.jpg" /></figure>“엄마야, 꽃 색깔 봐라.”최미향(58)씨 근처에 모친으로 보이는 이가 없었었으니, “엄마야”는 감탄사다. 충남 서산 문수사. 100년 남짓 지내온 배롱나무가 참 붉다. 최씨의 노란 옷이 빨간 나무 그늘에 섞여 주황색으로 보일 정도. “문수사는 서쪽이 트여 있어요. 지금처럼 해지기 직전이 포인트입니다. 한낮에는 오히려 배롱나무꽃이 탁해 보일 수도 있어요. 느긋하게 오면 감흥이 두 배입니다.” 그런데 꽃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최씨와 함께 온 김은혜(43)씨가 낌새를 알아챘다. “아, 백일홍은 시즌 종료가 멀었어요. 가을 문턱까지 가요. 어떤 배롱나무는 이미 꽃이 몇 봉오리만 남았는데, 그 상태로 꽤 오래가는 거예요. 100일은 간다고 해서 백일홍이라죠?”도종환 시인도 뭔가 알아챘나 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떨어지면 또 새 봉오릴 피워 올려/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도종환 ‘목백일홍’ 부분)그러니, 꽃이 지고 또 져도, 옆에서 다시 피고 또 피어 100일을 가는 것. ‘100일 동안 붉게 피워 백일홍-백일홍이 핀 나무-(말이 줄어) 백일홍나무-(발음이 줄어) 배롱나무’가 됐다. 최씨와 김씨는 서산 토박이. 이미 봄에 겹벚꽃으로 유명한 문수사와 개심사·부석사에서 봄꽃 투어를 했고 매년 이맘때면 백일홍 탐방을 한단다. “저 너머 개심사가 수해로 공사 중이지만, 살짝 배롱나무 보고 가세요. 같은 나무, 다른 느낌입니다.” 마침, 스님이 배롱나무 밑으로 전기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황현이 이 장면을 본다면, 어떤 감탄사를 냈을지.아. 정말 그랬다. 개심사는 공사 중이었고, 배롱나무 느낌은 달랐다. 키 크기를 멈춘 나무는 대신 옆으로 뻗었다. 가지가 우산 살대처럼 동그랗게 나는데, 개중 유난히 길게 난 것들도 있다. 그리고 낙화유수. 꽃은 연못에 떨어져 둥둥 바람 따라 흘렀다.배롱나무는 법당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만 큰다. 모양새가 불두(佛頭)다. 붉은색 꽃이 피면 화염문양(火焰文樣)이다. 화염은 불교에서 번뇌와 악귀를 물리치는 힘이자 수행을 상징한다. 이러니 고창 선운사, 구례 화엄사, 밀양 표충사, 순천 선암사·송광사, 영동 반야사 등 사찰에서 좋아하는 나무가 됐다. 잘 살펴보면 충청 이남이다. 배롱나무는 추위를 많이 탄단다.공주 신원사에는 네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보물찾기하듯 찾아봤다. 하나는 벽수선원 앞, 둘은 대웅전 좌우에 있다. 마지막 하나는 영원전 앞. 이 배롱나무는 드물게 흰꽃을 피운다. 보라색 꽃 배롱나무도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꽃 색깔에 맞춰 백일백(百日白), 백일청(百日靑)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일 현재 신원사의 배롱나무꽃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상태로 지고, 또 피어 가을까지 간다. 담 곁의 맨드라미를 보는 건 덤 이상의 쏠쏠함이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508/23/5f4bf101-45a0-49f7-bfed-6b1b7af377d5.jpg" /></figure>“최종 목적지는 여수. 백일홍 보러 담양에 들렀어요.”양애숙(56·경기도 고양)씨 부부는 ‘옆길로 샜다’는 말인데, 여간한 의지로는 쉽지 않다. 그들의 의지는 명옥헌 원림으로 향했다. 이곳 20여 그루의 배롱나무는 어울림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연못과 정자, 동백나무·소나무와 섞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10대 홍씨 삼자매는 “얼결에 부모님 따라왔다가 소우주를 감상하고 간다”고 할 정도. 자기 얼굴들이 비치는 연못. 물 위에 뜬 배롱나무꽃을 하나, 둘 세다가 부모님의 부름에 후다닥. 꽃잎이 흔들렸다.명옥헌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 죽림재는 스르렁거리는 듯했다. 명옥헌에는 시간당 100명, 그러니까 유명세로 따져 시속 100㎞에 달하는 속도가 있다면, 죽림재는 어떤 보호구역에도 못 미치는 고요와 느림이 있다. 조심스레 취사당에 오르면 배롱나무 우듬지가 보인다. 그 뒤로 벌판과 산. 조용히 품에 꼭 껴안고 돌아가야 할 풍경이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508/23/5c0ced17-8676-41bc-9ef3-9cbcd954fa30.jpg" /></figure>“배롱나무로서는 이 한여름이 아쉽기는 할 걸요.”서정혜(55·충북 청주)씨 일행은 ‘백일홍 성지 순례’ 중이었다. 명옥헌에서도 본 이들이었다. 이미 충청도 쪽은 훑고 왔단다. 서씨의 말은 앞서 밝힌 120여 년 전 황현의 말과 비슷하다. 여름이라 관심 밖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중한 여름꽃이라고. 장마와 함께 피어 ‘장마꽃’이라도 하는 능소화가 폭염에 나풀 떨어질 때, 배롱나무꽃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늦여름까지 이어진다.이성복 시인이 ‘그 여름의 끝’에서 그랬던가.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라고. 오늘의 폭염이 언제인 듯, 곧 가을. 백일홍은 여름과 함께 사라진다.</div>

여름꽃은 서운하겠다. 봄꽃과 가을꽃 사이에 끼어서 말이지. 봄, 매화와 벚꽃. 가을, 국화와 단풍. 여름, 꽃 시즌의 한가운데이건만 어째 사람들은 심드렁하다.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초록을 이길 수 없는 계절이어서인가. 그래서 여름꽃은 섭섭하겠다. 가운데 낳은 애들은 맏이나 막둥이처럼 딱히 불리는 단어도 없었으니, 가운데 낀 여름꽃도 그리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떤 꽃이든 묻혀 지낼 순 없다. 여름엔 백일홍이 있지 않나.

그 기개가 사군자 못잖네…한여름 붉게 터진 백일홍

일본의 최남단인 오키나와현. 아열대 기후로 1년 내내 온난하여 일본의 국민 관광지다. 내외국인 합쳐 연간 약 800만 명의 관광객이 오키나와를 찾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1천만 명 이상이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한 포지션이다.

슬램덩크학(學)개론 17 : 송태섭의 추억을 찾아가는 오키나와 농구 여행(上)

<div>[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훌륭하다 해탈의 옷이여, 더할 나위 없는 복전의 옷이로세. 내가 지금 이 가사를 받아 머리에 이었으니 태어나는 세상마다 항상 이 옷을 입으리라”(스님이 가사를 수(垂)하기 전에 읊는 전언, 가사를 입는 행위를 ‘수한다’라고 표현한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a6379971-548b-4440-b8c9-a8c181f267fa.jpg" /></figure>가사(袈裟)는 스님이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로 수행자에게는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결심의 옷이자, 만든이에게는 공덕의 옷이고, 중생에게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신앙의 상징이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ffb804af-e558-4bc7-9219-544c725b258a.jpg" /></figure>방포원정 상요청규(方袍圓頂 常要淸規) 영축총림 통도사 일주문 돌기둥에 새겨진 구절이다. "가사를 입고 삭발하였으니 언제나 규율을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가사에는 출가자의 계율과 수행의 의미가 담겨 있다.가사는 기원전 500년경 태자 신분이었던 석가모니가 왕사성을 떠나며 거리에서 만난 사냥꾼의 해진 옷을 자신의 좋은 옷과 바꿔입은 데서 유래했다. 가사는 여러 조각으로 나뉜 천을 이어서 만드는데 그 모양이 마치 잘 정돈된 밭처럼 보여 ‘복전의’(福田衣)라고도 불린다. 남방불교에서는 일상복으로, 한국과 중국 등의 지역에서는 장삼 위에 착용하는 의식용 법복으로 존재한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1b87624b-c549-4ba7-9b7c-43ab738ddea6.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a8712cac-3aff-46f6-a138-2508f2de9277.jpg" /></figure>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극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통도사를 찾았다. 통도사는 윤달이 든 해가 되면 가사를 짓는 가사불사를 봉행한다. 불교에서 윤달은 수행과 보시의 시간이다. 영산전에 가사당을 마련하고 지난 6월 25일 입재식을 시작으로 49일간의 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통 가사 도편수 명천 스님(향운암 주지)의 지도 아래 정법(正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금란가사와 오조낙자(낙자는 목에 걸어 착용하는 약식 가사), 보살들이 사용하는 만의낙자를 짓고 있었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4df12eac-ab01-4e45-bfb4-963f3e94019b.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fec00bdf-8a51-4285-be5b-7614c526e05b.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cff78f2b-4561-4eb4-91f2-4690adf5cf48.jpg" /></figure>가사 제작은 입구에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금란방을 붙이고 가사당이 차려진 법당에 한지로 만든 통문불을 걸고 기도소를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사를 만드는 도구로는 가사척, 바느질할 때 천 아래에 받쳐두는 죽간, 직물을 고정하는 적침 등이 필요하다. 가사의 제작 과정은 천을 마름질하고 자르는 과정 후에 가사의 장단 길이에 맞춰 다림질하여 접고 마름질한 조각천을 연결하여 바느질한다. 연결된 천을 2차로 각 조끼리 연결하여 바느질한 후 테두리에 해당하는 연을 두르고 안쪽 네 모퉁이에 사천왕첩을 붙인 뒤 가사를 여밀 수 있는 단추와 고리를 달아 마무리한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5e812cec-c36e-49b5-a828-b748fb95d20e.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7cb9f626-ffdd-4433-95b9-5aeea958e1ab.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dd7ea7de-fb14-4d04-bd7f-2b27108011ed.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52621797-ab89-40b2-871e-d6a490b03bc3.jpg" /></figure>가사는 논밭의 정돈된 모양을 닮았다. 논밭의 가지런한 형태에서 유래한 가사에는 길고 짧은 직사각형 조각인 ‘장단’이 자리한다. 이는 논둑의 물이 높고 낮음을 의미한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것을 농사짓는 것과 같게 본 것이다. 논과 밭에 물을 잘 대줘야 곡식이 자라듯 가사 또한 수행자의 복적이므로 '물길'이 필요하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9075a174-c0d2-4248-abd6-4d67872810b7.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f99395a2-0580-4b51-9df3-9e5245eef291.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63c1af2e-16d6-4833-8198-7931895a80a7.jpg" /></figure>가사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통문’이다. 통문은 물길을 의미하는 동시에 부처가 드나드는 길이기도 하다. 가사 겉면에는 바느질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 보이지만 중간중간 바느질 사이 틈이 존재한다. 천과 천을 연결할 때 물길이 통하듯 틈이 막히지 않게 해야 한다. 그 연결이 막히면 ‘파가사’라 하여 쓸 수 없게 된다. 과거에는 콩알을 넣어서 통문의 존재를 가늠했다고도 한다. 가사는 법계에 따라 9/13/15/19/21/25조(조는 가사의 새로 줄을 의미)로 나뉘는데 대종사가 입는 25조 가사에는 300개의 통문이 존재한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ce700caf-977e-46d6-b53d-5448a4d90327.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e9c3a8af-d667-4f69-88d7-44f46a00fdf9.jpg" /></figure>가사는 ‘괴색’(壞色)을 품고 있다. 명천 스님은 괴색을 수행자의 색이라 설명했다. “무너진 색입니다. 화려한 여러 원색이 섞이면 갈색빛을 띠게 됩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검소함을 실천하라는 뜻입니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17f3f292-d580-4279-8326-29c94ab8dca0.jpg" /></figure>명천 스님은 가사를 "단순한 옷이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하는 상징"이라고 정의했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6377c809-2b63-4406-a230-99abde643cd3.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61c11c70-dfda-417d-96a3-6ed8fb26f405.jpg" /></figure>"만드는 사람들의 그것을 입는 사람이 수행에 정진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한 땀 한 땀이 수행자의 정신을 담고 있죠. 그래서 과거에는 가사불사에 동참하는 과정이 매우 엄격했습니다. 가사당에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고, 바느질 한 땀마다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려면 헌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만큼 규율이 선방 못지않았습니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df280479-526a-42a8-9cd3-1294c0238894.jpg" /></figure>지난 12일에는 통도사 설법전에서 가사불사 회향법회가 열렸다.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려 가사당에서 설법전으로 이동하는 이운식은 진행되지 않았다. 지어진 가사는 점안의식을 통해서 예배의 대상으로 변모한다. 회향법회는 학인 스님들이 7량의 가사를 들고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진 가사정대 의식에서 학인 스님들이 무릎을 꿇고 가사를 머리 위로 받들어 올리자 성파 대종사와 주지 현덕 스님 등이 합장으로 예를 표하고 가사를 두손으로 받아, 이마 앞으로 가사를 정대했다. 이어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돌아앉자, 법당에 모인 불자들이 일제히 삼배를 올리며 마무리됐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6779b3ca-da01-4cf4-b5be-33e07ab82b60.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80dc1d8d-98bb-4a2a-a29b-fe8b47068e66.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6dcfccd2-33ca-4528-8df4-618701a2a4b3.jpg" /></figure><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3/3c757d3f-82f1-47db-aef5-63cb4c2ebf48.jpg" /></figure>석가모니는 가사를 걸치며 “저 옷이야말로 진인(眞人)의 옷이요, 세상을 건지는 자비의 옷이다”라고 했다. 한 벌의 가사에는 시주하는 사람, 바느질하는 사람, 시주를 받는 사람의 염원과 수행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div>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한 땀 한 땀에 수행이 담겼다…부처 가르침 담긴 해탈의 옷 [스튜디오486]

<div>내가 최근에야 배운 용어가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할 때 쓰는 말이다. 유네스코의 운영지침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지 실감이 난다. 여기서 ‘탁월하다’는 것은 ‘독보적’이라는 뜻이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급의 중요성을 가리킨다. 또 ‘보편적’이라는 것은 해당 유산이 특정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전체 인류에게, 그것도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길게 말할 것이 없다. “이 유산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국제사회 전체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도대체 세상 어떤 것에 이런 가치가 부여될까. 유네스코는 전남 신안에서 충남 서천으로 이어진 갯벌이 그렇다고 했다. 갯벌은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까지 초장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라고 한다. 이를테면 큰뒷부리도요 같은 새가 그렇다. 이들은 1만㎞가 넘는 거리를 일주일 가까이 쉬지 않고 날아서 간신히 여기에 도착한다. 한 생태학자의 말을 옮기면 이렇다. “비행 동안 지방과 근육 속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뼈와 가죽만 남은 채로 도착합니다. 날갯죽지를 축 늘어뜨린 채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습니다.”여기는 이런 곳이다. 지구의 반을 날아온 수십만의 새들이 뼈와 가죽만 남은 몸을 잠시 의탁하는 곳.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곳의 가치는 탁월하고 보편적이다. 사실은 가치라는 말조차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볼품없이 느껴질 정도다. 영생하는 하늘의 천사들이 아니라 멸종을 앞둔 자연의 천사들 앞이어서 더욱더 그렇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자연유산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지침은 “그대로 온전하게”이다. 인간의 손발을 함부로 들이지 말라는 뜻이다.그런데 여기에 손을 대면 만금의 가치가 쏟아진다고 믿는, 아니 그렇게 믿게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착공이 예정된 새만금 신공항 이야기다. 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은 무려 27종의 국제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이며,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에서 겨우 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불과 몇해 전 정부는 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이 일대가 철새와 관련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겨울 ‘버드 스트라이크’로 끔찍한 항공기 참사를 겪었다.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그야말로 모든 게 “당혹스럽다”.내 생각에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여기가 ‘새만금’이어서 그렇다. 새만금은 이런 곳이다. 개발의 이유를 바꿀지언정 개발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40년 전에는 농지가 필요하다고 했고(쌀이 넘쳐나던 때), 20년 전에는 산업단지가 필요하다고 했고(인근 산업단지가 텅 비어 있던 때), 이제는 친환경적 사업의 유치를 위해 공항이 필요하다고 한다(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인 갯벌을 매립하면서 탄소배출원인 비행기라니). 글로벌한 부끄러움을 안겨준 재작년의 잼버리 대회도 애초에는 신공항 건설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신공항은 착공도 하지 않았지만 환상 속에서는 잼버리 대회 참석자들을 이미 실어 나르고 있었던 것이다.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는 새만금 신공항을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라니, 홍보 직원도 믿지 못할 말을 천연덕스럽게 쓴다. 얼마 전에는 지역 경제단체들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라도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제는 올림픽이다!). 모순에 모순을 더하고 거짓에 거짓을 더하면서 건설사들이 이익을 뽑고, 정치인들이 표를 챙기고, 공무원들이 하다못해 월급이라도 받은 곳이 새만금이다. 새로 만금을 얻을 수 있는 곳, 만금을 벌 수 있다는 욕망의 불이 사그라들지 않는 곳, 이제는 그 불이 꺼질까 봐 불안해서 더욱 부채질을 해대는 곳이 새만금이다.이제는 이 불을 꺼야 한다. 수십년간 타오른 환상의 불 때문에 수많은 실제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모두가 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존재들이다.다음달 1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부디 세상에는 새만금이 아니라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선고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 선고 일정에 맞추어 지금 수라갯벌에서 서울까지 걷고 있는 시민들이 있다. ‘새, 사람 행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새와 사람이 함께 걷는 길, ‘새’ 다음에 ‘만금’이 아닌 사람과 생명을 둔 이 행진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figure><img src="https://img.khan.co.kr/news/2025/08/21/l_2025082201000594300061521.webp" /></figure></div>

내가 최근에야 배운 용어가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할 때 쓰는 말이다. 유네스코의 운영지침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지 실감이 난다. 여기서 ‘탁월하다’는 것은 ‘독보적’이라는 뜻이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급의 중요성을 가리킨다. 또 ‘보편적’이라는 것은 해당 유산이 특정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전체 인류에게, 그것도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길게 말할 것이 없다. “이 유산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국제사회 전체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새만금, 아니 억만금의 공항이 들어선대도

<div><figure><img src="https://newsimg.sedaily.com/2025/08/22/2GWQ5K5S2F_2.jpg" /></figure>서양에서 지구 종말이나 예수 재림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블랙문’ 현상이 23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22일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GMT(그리니치 평균시) 기준 이달 23일 오전 6시 6분쯤 블랙문이 뜰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에서는 오후 시간이어서 육안으로 관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블랙문이 뜨는 날은 별을 관측하기 좋은 기회다.블랙문은 태양과 달이 같은 방향으로 겹쳐 지구에서 달이 보이지 않게 되는 ‘삭(朔)’ 현상이 한 달에 두 번 일어날 때 뜨는 초승달을 의미한다. 두 번째 초승달이 뜨기 전에 달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데 이때를 블랙문 현상이라고 칭한다. 이 현상은 32개월 주기로 발생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마지막 블랙문은 지난 2014년 3월에 떠올랐다.이달 23일 이후 블랙문 현상 예상 시기는 2027년 8월 31일 오후 5시 41분(GMT 기준)이며, 이후 2028년 8월 20일, 2030년 6월 30일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블랙문을 지구 종말이나 예수 재림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블랙문과 함께 ‘붉은 달’ 현상도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붉은 달이 뜨면 여신 헤카테가 저승의 개와 함께 나타나 저주를 뿌리고 간다는 속설이 있어 붉은 달을 ‘블러드 문(피의 달)’이라고 부른다.</div>

서양에서 지구 종말이나 예수 재림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블랙문’ 현상이 23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GMT(그리니치 평균시) 기준 이달 23일 오전 6시 6분쯤 블랙문이 뜰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에서는 오후 시간이어서 육안으로 관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블랙문이 뜨는 날은 별을 관측하기 좋은 기회다.

"바로 내일, 10년 만에 하늘에 뜬다"…지구 종말 징조라는 '이 현상' 뭐길래?

<div><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2/f71329c9-2468-4a5f-909c-304425fcdc91.jpg" />대개 나 자신부터 선해야 마땅히 좋은 사람은 좋아하게 되고 악한 자는 싫어하게 되어, 선한 자는 자연히 가깝게 되고 악한 자는 절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어찌 다른 까닭이 있겠는가? 말하자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홍대용 『담헌서』 중.세상을 탓하고 남 탓하기 쉽지만,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는 게 답이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옛 성현들의 좌우명, 고전 속 문장들을 모은 책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박수일)에 실린 글이다. 윗 문장을 쓴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은 이렇게도 썼다. “큰 의문이 없는 자는 큰 깨달음이 없다.” 이는 “크게 의심하면 반드시 큰 깨달음이 있다”는 선가(禪家)의 가르침과 통하는 말이다.<figure><img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8/22/2db1defe-be52-4cb2-ae8b-678096b214c5.jpg" /></figure>책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오직 현재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강조한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하려는 것이 있다면 오늘에 달렸을 뿐이다.”(이용휴 『혜환잡저』) “먼 것은 가까운 것이 쌓인 것이다.”(유성룡 『서애집』)“천 리 길은 하루아침에 요행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차츰차츰 나아가서 도달하는 것이다. 만일 길이 멀다고 해서 처음부터 포기한다면 끝내 도달할 수 없다.…세상에는 참으로 노력하여 올라가도 미치지 못하는 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능히 미치는 자를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행하느냐 행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능력이고, 끝까지 도달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운명이다. 운명에 대해서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다만 노력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노력할 뿐이다.”(이익 『성호집』)정약용은 길 떠나는 아들에게 노자 대신 편지를 써줬다.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아침에 햇볕이 먼저 든 곳은 저녁에 그늘이 먼저 들며 일찍 핀 꽃은 먼저 시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div>

대개 나 자신부터 선해야 마땅히 좋은 사람은 좋아하게 되고 악한 자는 싫어하게 되어, 선한 자는 자연히 가깝게 되고 악한 자는 절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어찌 다른 까닭이 있겠는가? 말하자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div>이은북이 새들의 진화 이야기를 담은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을 출간했다.<figure><img src="https://file.newswire.co.kr/data/datafile2/thumb_640/2025/08/1028221847_20250820152502_3928055002.jpg" /></figure>▲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 카와사키 사토시, 1만7000원지구상에는 아프리카 초원을 시속 70km로 달리는 타조, 노란색 부리가 매력적인 참수리, 걷는 모습이 귀여운 펭귄, 아름답게 지저귀는 황금새, 화려한 장식 깃으로 구애하는 인도공작 등 1만여 종이나 되는 다양한 조류가 살고 있다.아주 오래전 공룡 시대부터 살았던 새들은 과거 하늘을 날지 못하는 동물이었다. 시간을 거듭하며 어떤 새들은 날개를 버리고 땅에 살기로 했고, 어떤 새들은 하늘을 더 잘 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새들은 어떻게 진화하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됐을까?‘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땅과 하늘에 사는 107종의 새들은 중력을 이기고 하늘을 날기 위해 몸을 가볍게 만들기도 하고, 생존을 위해 구조의 일부를 없애거나 혹은 남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환경에 적응해 왔다.이 책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해 온 새들의 크고 작은 특징을 살펴보고, 거기에 숨은 비밀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방면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새들의 엄청난 이야기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풀어내 상상력을 키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조류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본적인 필수 정보는 물론 부위별 특징, 서식지와 식성, 멸종위기 등급(IUCN 레드리스트) 등 체계적으로 유용한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류의 특징을 섬세하게 담은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생생한 일러스트는 다양한 동물을 그리고 있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카와사키 사토시의 작품이다. 그는 웹사이트 ‘고세계의 거주자(http://paleontology.sakura.ne.jp)’를 운영하며 고생물, 공룡 등의 멸종 동물부터 현생 동물, 그리고 미래 동물까지 다양한 일러스트 도감을 선보이고 있다.수많은 조류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정리한 이 책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조류 도감으로, 동물들이 가진 엄청난 비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감이지만 평소 조류에 관심이 많은 어른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선사할 것이다.‘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div>

이은북이 새들의 진화 이야기를 담은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을 출간했다. ▲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 카와사키 사토시, 1만7000원

이은북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 출간

<div><figure><img src="https://img.khan.co.kr/news/2025/08/21/l_2025082201000588100061381.webp" /></figure>“바람의 파르티타가 흐르는 겨울밤/ 털모자를 쓴 노동자들이/ 발전소 굴뚝에 올라갔다// 발아래 교회마다 메시아를 외칠 때/ 공중 천막에는/ 등 시린 별빛이 찾아왔다// 지상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하늘 높이 차린 전례// 기약 없는 복직만큼/ 머나먼 불빛” <내가 어두운 그늘이었을 때> 수록작 ‘공소’ 전문, 걷는사람박시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삼각김밥으로 하루를 버티는 청년, 폐지를 줍는 노인, 고시원에서 지내는 노동자, 언덕 위의 고양이까지 시인은 사회 구조에서 밀려나 삶의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을 시로 담아낸다. 시인은 밀려난 현실의 장면과 삶의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하지만, 고발하고 재현하기보다는 조용히 바라본다. ‘생의 대부분 먹고사는 일에 보내야 하는/ 숨의 운명, 수북이 쌓인 내장/ 씹을수록 텁텁한 어둠은/ 또 다른 내장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간다.’(수록작 ‘순대 타운’ 중) 시집을 관통하는 미학적 중심은 음악이다. 시집엔 글렌 굴드, 베토벤, 바흐, 사라방드 등 음악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 해설에서 “현대사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영혼이라든지, 이런 모습들이 시집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적 요소와 함께 묻어나온다”며 시인에 대해 “음악을 껴안은 채 이곳을 바라보는 리얼리스트”라고 했다.</div>

“바람의 파르티타가 흐르는 겨울밤/ 털모자를 쓴 노동자들이/ 발전소 굴뚝에 올라갔다// 발아래 교회마다 메시아를 외칠 때/ 공중 천막에는/ 등 시린 별빛이 찾아왔다// 지상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하늘 높이 차린 전례// 기약 없는 복직만큼/ 머나먼 불빛” <내가 어두운 그늘이었을 때> 수록작 ‘공소’ 전문, 걷는사람

교회마다 메시아를 외칠 때 공중 천막에는 등 시린 별빛

시끄러운 길 가기 싫어 오솔길로 방향 잡아

[남천묵희] 掃痕迹 소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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