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을 뭐든 우선시하는 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에서 밝힌 일성이다. 그는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을 최우선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 기간 내내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온 그의 귀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반도 경제ㆍ안보 환경에도 격랑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미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총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인 277명을 확보(6일 오전 8시 기준)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224명)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로써 미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자 그로버 클래블랜드 전 대통령(22ㆍ24대) 이후 132년 만에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6일 오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 센터에서 연설을 통해 “미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정치적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저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그리고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이제 진정한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치유할 것이다. 국경을 고칠 것이고 미국의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무대에 오를 때 ‘트럼프 입장곡’으로 불리는 리 그린우드의 노래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울려퍼졌고 수천 명의 지지자들은 “USA!”를 연호했다.
‘트럼프 열풍’은 거세고 무서웠다. 대선 승패의 열쇠를 쥔 7대 경합주에서 투표함이 열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죽지세로 해리스 부통령을 제압했다. 경합주 7곳은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으로 분석됐지만, 예상보다 큰 폭의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이날 밤 가장 먼저 개표 결과가 나온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등 남동부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지역) 2곳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 ‘블루 월’(민주당 장벽)로 불리는 등 상대적으로 해리스가 유리한 흐름이었던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3개 주에서도 개표 중반 해리스를 추월하고 격차를 벌려갔다.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건 6일 오전 2시 25분쯤 최대 승부처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가 확실해지면서다. 이어 위스콘신에서도 승리를 확정하면서 대세를 굳혔다.
이날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네브래스카ㆍ웨스트버지니아ㆍ오하이오 등에서 승리하며 전체 100석 가운데 51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4년 만에 탈환했다. 전체 435석을 뽑는 연방 하원은 6일 오전 5시 기준 공화당이 195석을, 민주당이 176석을 확보한 상태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이 더 걸릴 수 있지만 뉴욕타임스(NYT) 등은 공화당이 과반(218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화당은 대통령직과 함께 연방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하게 된다.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면 집권 1기 때보다 더욱 강력한 경제ㆍ외교안보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관세 부과 등 공약을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달 4일 체결된 제12차 한ㆍ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15일 “한국은 머니 머신(부유한 국가라는 뜻)”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ㆍ미가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 원)의 9배에 이르는 규모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개정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개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반도 지정학적 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여러 차례 과시해 온 트럼프가 정상 간 직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