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을 수 있어? 저렇게 커다란 게 우리 위로 날아다닌다는 걸? 비행기를 보던 친구가 말했다.
보잉 737이 이륙한다. 거대했던 비행기가 손톱만큼 작아진다. 이내 사라진다. 나는 이륙하는 비행기 영상을, 빠르게 활공 중인 기내에서 보고 있다. 이동 중인데도 더 멀리 가고 싶나.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하겠다면서 그 많은 카메라는 왜 챙겨왔나. 나는 나로부터 튕겨 나가는 사람처럼 공항으로 향한다.
오랫동안 많은 것으로부터 달아났다. 먼 나라에서 십수년을 보냈다. 그런데도 계속 달아나고 싶다면 내가 세계와 불화하기 때문일 거다. 불화하지 않기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다. 그게 나에게 비행의 감각이다.
중고등학교 때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가던 애들이 있었다. 물 떠오라고 시키고 뺨을 때리던 애들. 어쩌면 내가 작가가 된 건 그들 덕분이다. 그 애들로부터 도망쳤던 화장실이 첫 번째 공항이었다. 아무것도 이륙하지 않고 문이 굳건히 잠겨 있는 공항. 수업 종이 치면 그제야 게이트가 폐쇄되었다. 작고 비좁은 화장실에서 쉬는 시간 내내 MP3를 들으며 나오지 않았다.
그때 아주 많은 비행기를 손으로 구겨서 버렸다. 나는 중요한 일부를 그들 때문에 폐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때부터 몰래 혼자 버려진 공항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약수터, 학교 뒷산, 골목에 자리한 치즈 돈가스집과 모퉁이의 친구들을 발견했다. 벗어나는 일과 친해졌다.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에 서 있으면 거기 수십대의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우리는 궤적을 벗어나는 쇳덩이. 송신이 불가능한 구름들이다.
무사히 착륙해 귀가한다. 어떤 날은 귀가하자마자 다시 이륙이 시작된다. 달아나는 순간에는 조금 들뜨기도 한다. 초조하고 무서운데 왜 조금 신날까. 또다시 크고 작은 공항으로. 오늘 그것은 곤경의 모습이고 약속의 얼굴이다. 날 송두리째 바꿔놓을 사건들이 활주로에 도착한다.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아닌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동안 우리는 잠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다. 바다를 가장 무서워했던 사람은 비행기를 발명했다.
같은 이유로 우리 안에 너무 많은 시공간이 생겨난다. 너무 많아서 나도 어떤 날은 나를 찾지 못한다. 무사히 돌아온다 해도 잠시 부재할 예정이다. 집과 일터와 사람들 사이에서 끊어질 거다.
그간 미뤄둔 기억 속으로 진입한다. 내가 이륙하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멀리 가지 마.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