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고려아연 임시주총 그 후···'화해 vs 법적대응' 동상이몽

2025-01-24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일단' 경영권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고려아연은 지연과 파행,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혼돈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장장 13시간 이상 진통 끝에 임시주총은 마무리 됐지만 이제 그보다 긴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참 부끄러운 날"이라는 말을 끝으로 주총장을 나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서며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돌입했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MBK·영풍을 향해 돌연 화해의 제스처를 날렸지만 기대와 달리 평화적인 소통은 어려울 전망이다.

'민·형사' 사법리스크 확대···MBK "법정 대응에 집중"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기습적인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로 민·형사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하루 전 날 호주에 있는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를 이용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지분 25.4%'의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했다.

결국 최윤범 회장은 23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당초 지분율에서 뒤지며 불리했던 상황을 역전시켰다. 기존보다 이사회 내 장악력을 한층 높이는 한편,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제한 등 쟁점 안건을 대부분 통과시켰다.

하룻밤 새 뒤바뀐 판도의 MBK·영풍 연합의 거센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참담하다. 강도당한 기분"이라고 격분한 이들은 곧장 법정 대응에 돌입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24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며 "전날 열린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서도 가처분 조치 등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일반공모 유상증자, 집중투표 등 많은 것을 했지만 의결권 제한 카드를 왜 마지막에 사용했냐"며 "순환출자는 법으로 엄중히 금지돼 있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지막에 절박해졌고 범법 전환으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결권이 박탈당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MBK·영풍 연합의 운신의 폭은 법적 제재 말고는 마땅치 않다. 그는 "이번 법적 대응에서 승소하지 못하면 고려아연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적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화해의 손 내민 이유···"선 넘었다" 사실상 대화 단절

이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MBK·영풍 연합과 달리 고려아연은 갑작스럽게 화해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단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사법리스크가 확산되고 분쟁 양상이 장기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같은 날 오후에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대타협을 받아들인다면 고려아연은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MBK의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뒀다. 그는 "이사회를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통해 이를 MBK에게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며 "이사 중 일부를 MBK 측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라는 글로벌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지난 넉달 반 동안 깊어진 양 측의 갈등의 골이 하루 아침에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김광일 부회장은 "최 회장이 MBK·영풍 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 임시주총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었다"며 사실상 대화의 창을 닫은 모양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