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이서클 급작스러운 파산
JP모간 포함 대형 은행 자금줄
1.7조달러 오토파이낸스 시장 부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텍사스주 외곽에 위치한 서브프라임(비우량)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의 급작스러운 파산에 월가가 초긴장 상태다.
JP모간(JPM)을 포함해 트라이컬러에 자금줄을 대준 월가의 대형 은행으로 충격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지역은행 피프스 서드가 지난주 사기 행각을 적발했다고 주장하며 트라이컬러에 대한 대출금 2억달러를 전액 상각한다고 발표하는 등 이미 금융권으로 파장이 번지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텍사스의 회사원 루시아 에르난데스는 지난 7월 중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트라이컬러의 딜러를 통해 3만달러에 구입했다. 3500달러를 선납하고 357달러씩 격주로 납입한다는 조건이었다.
차량을 구입한 지 몇 주 만에 변속기가 고장 났고, 차량을 트라이컬러가 운영하는 정비소에 맡겼다. 며칠 동안 수리 진행 상황에 관한 문자가 전송되다 연락이 끊어지자 에르난데스는 남편과 함께 정비소를 찾았다.
정비소 문은 닫혀 있었고, 안내문조차 없었다. 그는 "차도 없는 상황에 대출 상환을 요구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미 법무부가 트라이컬러의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업체는 신용 기록이 부족한 히스패닉계 이민자를 중심으로 중고차 판매와 금융 대출을 제공한다. 업체는 피프스서드의 대출 채권 상각 처리 발표 다음날 파산법원에 청산 신청을 접수했다.
트라이컬러의 파산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오토파이낸스 시장의 건전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FT는 지적한다.
해당 시장은 차량 뿐 아니라 농기계와 항공기를 담보로 한 채권을 포함해 각종 자산 기반의 대출을 '채권화' 해 보험사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대량 매각하는 구조를 취한다.
보도에 따르면 트라이컬러는 지난 5년간 14건의 채권 발행을 통해 14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뒤 급성장 했다. JP모간을 포함한 대형 은행 5곳이 약 10억달러의 자금을 업체에 제공, 대출 재원을 마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오토 대출 시장의 문제가 수 년간 누적됐고, 이번 트라이컬러의 파산 사태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지난 2007년 설립한 업체는 올해 8월부터 파산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
업체의 고객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나 사회보장 번호 없이 현금 경제에 속하는 이민 노동자들로,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조사 결과 운전 면허나 신용 점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라이컬러는 차량 가격의 11%를 선납금으로 요구하고, 평균 17%의 고금리로 대출을 내줬다. 이자는 격주로 납입해야 하고, 미납 시 GPS로 차량을 추적, 회수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업체는 기술자들을 동원해 회수한 차량을 정비한 뒤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도 병행했다. 일부에서는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차량을 판매해 선납금과 고율의 이자를 받고, 연체 시 차량을 압류한 뒤 다시 판매하는 수익 모델이 약탈적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책 측면에서 불거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규모 이민자 추방과 단속이 벌어지면서 고객 기반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고, 연체율과 손실 리스크가 커진 것.
JP모간은 지난해 8월 이상 거래를 포착하고 트라이컬러에 문제를 제기한 한편 내부 조사팀 및 외부 회계법인을 연어 투입했지만 곧 자금이 바닥났다. 1개월 뒤 업체는 청산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부분의 직원을 해고했다.
JP모간과 바클레이스, 피프스 서드 등 주요 금융 업체들은 트라이컬러 연쇄 부실로 수 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메사추세츠 연기금과 트라이엄프 파이낸셜 등도 담보 대출 채권자 명단에 포함됐다.
트라이컬러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처로도 주목 받으며 블랙록으로부터 9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트라이컬러가 발행한 채권은 최근까지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고, 월가의 주요 운용사들이 적극 매입했다.
상황은 순식간에 급변했다. 트라이서클에 중고차만 남은 상태에서 채무자와 투자자 모두 향후 손실 규모조차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