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가 구성한 새 연립정부의 핵심 의제로 ‘오사카 부수도 구상’이 주목받고 있다. 양당 합산 의석이 중의원(하원) 과반에 근접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민당 안팎의 반발과 재원 마련이 변수로 남아 쉽게 달성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과 유신회가 전날 서명한 연정 합의서에는 부수도 구상을 담은 법안을 내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유신회가 연정 합의 절대 조건으로 부수도 구상을 내걸고 자민당이 수용하면서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 수도 대체지 유력 후보로는 유신회 근거지인 오사카 지역이 거론된다.
유신회는 부수도 설치 목적으로 수도 도쿄에 재해가 발생해 국가 중추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를 방지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수도권과 다른 경제권을 조성해 인구·자원의 극심한 ‘도쿄 집중’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목표도 거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수도 서울에서 세종시로 행정 기능을 일부 이전한 한국 사례와 유사점이 있다고 짚었다.
오사카 부수도는 유신회의 오랜 염원이었다. 유신회 초창기인 2011년 이미 오사카 부수도 구상이 언급됐다. 그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쿄 수도권 기능 마비 우려가 커지면서 같은해 7월 이시하라 신타로 당시 도쿄도지사와 유신회 창립자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부 지사 간에 ‘수도 기능 백업’이란 전제 하에 오사카 부수도 구상이 나왔다.
정작 유신회가 이후 집중한 것은 ‘오사카도’ 구상이었다. 오사카시를 폐지한 뒤 행정구역을 여러 특별구로 재편하고 묶어 ‘도쿄도’와 같은 특별행정구역으로 격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신회는 2015년과 2020년 주민투표에서 두 차례 부결을 마주하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자민당이란 우군을 업었지만 부수도 구상 전망이 밝지만은 밝지 않다. 먼저 유신회가 부수도 지정 요건으로 ‘특별구가 설치된 곳’을 제시한 것이 문제로 거론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오사카)도 구상 실현을 부수도의 조건으로 한 것”이라며 이미 부결된 바 있는 안이라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자칫 유신회가 자당 지역 기반인 오사카에 이익을 몰아주려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신회 뿌리는 하시모토 전 지사가 2010년 오사카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창당한 지역 정당 ‘오사카유신회’이며, 현 유신회 핵심 기반도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방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도 현재 오사카부 지사를 맡고 있다.
자민당 내 반발도 변수다. 자민당 오사카 지역 조직은 꾸준히 오사카도 구상에 반대하며 유신회와 선거 경쟁을 벌여 왔다. 오사카 부수도 구상이 실제 추진될 경우 지역 내 이탈표 발생도 가능한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차기 중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재원 문제도 있다. 유신회는 부수도 구상에 필요한 구체적인 비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행정기관을 절반 이전할 경우 대략 7조5000억엔(약 70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이는 일본 연간 소비세 수입의 약 3%에 해당한다.
산케이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 경감이 시급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부수도 구상이) 간사이 이외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파이 분배 방식만 바꾸면 되겠나. 어떻게 파이를 늘려 나갈지에 대한 발상이 없다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부수도 구상을 견제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