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미 트럼프와의 무역전쟁 속에 단연코 햇불과 같이 돋보이며 미국에 갑질을 할 수 있는 산업은 바로 조선산업이다.
미국에서의 조선업 사양으로 미국의 조선기술은 그야말로 황무지와 다름없다. 미·중의 세계 패권 다툼 속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군사력은 무엇보다 해군력이다. 세계 대양을 가로질러 요새와 같이 군사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무기는 단연 항공모함, 잠수함, 군함 등이다.
해양에서의 전투력이 전쟁 결과의 향방을 가늠해주는 역사적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일 간에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이었다. 해양이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까닭에 해양 국가만이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음은 자명한 원리다.
이를 미리 알아챈 중국은 자체 조선산업을 기반으로 막강한 조선업에 해군력을 더욱 강화시켜 경쟁국인 미국의 조바심을 내게 만들었다. 미국의 트럼프는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현재 조선산업의 메카는 단연 코리아이다.
선박, 해양플랜트, 시추선, 원유생산설비, 잠수함, 구축함 등에서 최고의 역량을 가진 한화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의 빅3가 한반도 울산, 거제도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중 바로 한화오션의 전신이 대우조선이다. 이 대우조선은 정말 부모 없이 길거리에 내버려진 걸인뱅이 노숙자나 다름없는 천박꾸러기 신세였다.
이 천박꾸러기 대우조선이 8년 전에 주가 1만원을 맴돌다가 현재 14만원을 오르락내리는 황금거위가 되어 코리아에 황금알을 계속 낳아주는 산업의 기린아가 되었다.
필자는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1987년에서 1990년까지 고 김우중 회장을 모시고 3년간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눈물어린 회상이 떠올랐다. 이 고 김우중 회장의 고군분투가 현재의 황금거위인 대우조선의 밑바탕이 되었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공업화 선언에 따라 대한조선공사가 설립되어 옥포조선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오일쇼크와 세계 경기 불황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78년 현대중공업에 인수를 타진했으나 정상화 자신감이 없어 거절당했다.
이에 야심만만한 김우중 회장은 300억의 산업은행 출자 지원만으로 인수를 단행하였다. 부실덩어리인 옥포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오로지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대들보가 될 옥포조선소를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었다는 그의 굳은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세계 경기의 불황은 벗어나지 못했고, 노사 분쟁은 극도로 전쟁화하였으며 노조원 한 명이 사망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엄청난 적자 누적으로 김우중 회장은 결심했다. 아예 사무실과 그룹 기획조정실을 옥포로 옮겨 사생결단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내부 구조조정과 더불어 정부에도 조선산업 합리화 시책으로 도움을 줄 것을 적극 호소했다. 이 시책에는 2500억원의 구제금융과 상장회사인 대우중공업과의 합병을 통해 대우조선을 상장화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에서는 2500억원 규모의 합리화 구제금융과 상장의 조건으로 그 반대의 대우 측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정부가 망쳐놓은 옥포조선소를 민간이 인수해 정상화하면서 지렛대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엉뚱하게 역방향의 자구노력 조건을 내세운 것은 사실상 불합리했지만 김우중 회장은 이를 따랐다.
정부 측이 요구한 자구노력은 대우에는 치명타일 정도로 컸다. 계열사 5개 매각, 대우증권 매각, 대우건설이 보유한 수영만 부지 10만 평 처분, 대우센터빌딩 매각 등이었다. 여기서 치명타는 대우빌딩 매각이었다. 이 빌딩은 서울역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며 대우그룹의 상징이었다.
이 빌딩을 매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우그룹의 몰락을 자초할 시그널을 줄 수도 있어 매우 위험했다. 이에 김우중 회장과 그룹조정실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뛰어다니며 설득했으며, 빌딩 처분만은 겨우 양해를 받았다.
이 모든 자구노력과 정부 지원이 합해져 대우조선이 정상화되었고 상장회사가 되었다. 이 당시 김우중 회장을 모신 필자의 가슴에 남는 회상은 딱 두 가지였다.
첫째는 옥포로 가기 위해 헬기를 이용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 헬기가 요동치자 탑승한 모든 임원들이 몸을 움츠리고 패닉 상태가 되었지만 김우중 회장은 태연히 자료를 계속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이유를 묻자, “목숨과 사업은 별개이고, 목숨에 연연치 않는 열정이 있으면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둘째는 직접 회사 목욕탕과 식당을 사용하며 그 경비 절감에도 절치부심하던 모습이었다. 필자가 그런 사소한 것까지 왜 신경 쓰시냐고 묻자, 바로 돌아온 답은 “경영은 디테일에서 실마리가 잡힌다”는 멘트였다. 우리 후배 CEO들도 새겨들을 금과옥조인 것 같다.
*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조선 전략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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