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어렵다’.
이 말에 동의 못하시는 분이라면 진정한 야구 고수이거나 반대로 아예 야구에 관심 없으신 분일 것이다. 신문사에 재직 중이지만 야구 담당은 아닌지라 야구를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에 KBO 기록위원회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기록강습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KBO 기록강습회는 야구 공식기록법의 보급과 이해를 통해 야구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 1982년 KBO 리그 출범과 함께 시작된 전통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최근 몇 년간 한층 뜨거워진 프로야구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 강습회 또한 수강 신청부터 오픈런을 해야 할 만큼 열기가 대단한데, 올해는 36초 컷으로 200명의 수강 신청이 마감될 정도였다고. 더욱이 올해는 세종, 대전, 부산 등에서 열렸던 지방 강습회가 열리지 않아서 지방에 사는 수강생은 2박 3일 동안 찜질방에 숙식해가며 강습을 받았다는 후일담도 전해졌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올해 처음으로 여성 수강생 수가 남성의 수를 뛰어넘었다는 점. 2030 여성 야구팬 덕에 프로야구가 천만 관중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KBO 리그 공식기록법 전반을 배울 수 있는 ‘2025년 KBO 기록강습회’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KBO 공식기록원들이 KBO 리그에서 사용되는 공식기록지 작성법, 경기 기록 및 규칙 등을 수업했다. 수강자들에게는 실습용 야구기록지와 기록 가이드북이 교재로 제공된다.
강습 마지막 날에는 기록위원장님도 만날 수 있었는데, 진철훈 기록위원장은 2002년 KBO 공식 기록위원으로 입사해, 지난해까지 1960경기에 출장한 베테랑이다. 올 시즌 새로운 기록위원장에 선임됐다.
강습회 종료일에는 전체 강습 과정의 이해도를 가늠할 기록지 작성 테스트가 시행되며, 테스트 성적 우수자에게는 수료증이 발급된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갑지, 을지라 부르는 두 장의 종이에 ‘그날의 야구 역사’가 빼곡히 기록된다. 3시간 넘는 혈투를 이 두 장에 담는 것은 사관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3일간의 강습은 많은 양의 정보를 익히고 외우느라 머리가 터질 만큼 어려웠지만 루타 계산법, 세이브 요건 등 세세하게 알게 된 야구 지식을 담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꼭 강습을 받지 않더라도 KBO 공식 홈페이지의 기록위원회 코너에 가면 야구기록법 소개와 야구 기록규칙 등의 PDF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야구를 조금 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보니 아는 맛이 무서운 것처럼 짜릿한 맛이 느껴진다. 이번 시즌엔 프로야구를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