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 심화

2024-10-16

저출생기조·전공의 급감 원인

소아과 몇 시간 대기는 기본

정형·성형외과 개원은 증가

“의료수가 인상 등 대책 시급”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동준(38)씨. 최근 막내 아이가 폐렴에 걸리며 전주 시내의 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했다.

오전 10시쯤 병원에 방문한 김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대기 인원만 40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대기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며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려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방문하는데, 좁고 빽빽한 병원 안에서 오래 기다리다가 아이가 더 아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진료 수요가 달라지면서 소아청소년과 의원 등 소위 돈 안 되는 진료과목의 개원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반면,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인기 진료과목의 개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14일 국회 김미애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의원급 정형외과 2645개소로, 2019년(2173개소) 대비 21.7%(472곳) 늘었다. 인기 진료과목 중 하나인 성형외과는 1183곳으로 같은 기간 17%(172곳) 증가했다.

이와 달리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줄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2228곳에서 2182곳으로 46개소 줄었다.

전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의원급 정형외과 수는 85개소로 2019년 1분기(81개소) 대비 5%가 늘었고, 성형외과의 경우 같은 기간 10.5%(2개소) 증가했다.

반면 도내 소아청소년과는 2019년 1분기 77개소에서 올해 2분기 66개소로 14.2%가 감소했다. 게다가 전북 지역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는 지자체는 총 6곳(진안·무주·장수·임실·순창·고창)으로 조사됐다.

급여매출액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1~7월 정형외과 1개소당 평균 급여 매출액은 6억 7700만 원으로 소아청소년과 1개소당 평균 급여매출액 2억 8400만 원보다 약 2.4배 높았다.

의료현장에선 필수과목의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저출생 기조로 시장이 위축돼 있는데다가, 전공의 수도 급감하고 있어 당분간 진료대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내 한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병원 적자가 이어지며 의원이 폐업하고, 전공의 수도 급감하고 있다"며 "병원에 인원이 몰려 오픈런이 일상화된 지는 오래다. 처우 개선과 의료수가를 인상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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