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계자 우려 잠재운 이중근 회장의 기자회견

2025-02-21

지난 7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한 '출산 직원 현금 1억원 지급', 'UN데이 공휴일 재지정' 이유에 대해 이례적으로 그룹 회장으로서 직접 설명하기 위해 단상에 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 밖 조그만한 복도 공간에서 진행됐다. 수십명의 기자들은 바닥에 착석했고, 이중근 회장은 단상에 서서 회견을 진행했다. 질의응답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언론, 잡지, 지역언론, 외신 등 다양한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실시하다보니 이 회장은 ‘출산 직원 현금 1억원 지급’, ‘UN데이 공휴일 재지정’ 관련 질문 외에도 그간 부영그룹을 둘러싼 현안도 질문을 받았다. 점심 식사 시간 전까지 조건없는 토론이 진행된 셈이다.

84세 고령의 총수가 1시간 동안 단상에 서서 기자회견을 한 것 보다 기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이 회장의 언변력(言辯力)이다. 84세임에도 한 문장에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명확히 사용했다. 주어 반복, 목적어 반복 등의 어순을 헷갈리거나 비문에 해당하는 구술(口述)은 나오지 않았다. 응답 방향도 질문을 한 기자의 얼굴을 정확히 응시하며 이어갔다. 때론 응답 중간에 유머를 첨가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그룹 총수의 '권위'가 아니었다. 84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중근’이라는 사람의 차분함과 논리력이었다.

급기야 기자들 사이에선 이 회장의 건재함을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가 포함된 기자회견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영 관계자는 “우리도 회장님의 기억력과 토론능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라며 “노인회 회장도 역임하고 있고, 사회적 이슈가 워낙 큰 복지 정책이라 기자회견까지 진행한 된 것이다. 후계자 이슈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이 회장의 건재함을 담으려는 의도가 있던 없던, 이 회장의 건재함은 수십명의 기자들 앞에서 증명됐다. 엄청난 현금 복지로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 그룹 총수의 건재함도 드러났으니 남은 건 부영의 ‘성장’이다. 내부의 결속이 확실해진만큼 앞으로 부영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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