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硏 한반도전략센터장
“이모 고용숙·이모부 리강 증언
8살 생일에 후계자로 낙점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출생지는 강원 원산이 아닌 평양이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나를 닮았다”며 김 위원장이 만 8세일 때 그를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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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자신의 저서 ‘우리가 모르는 김정은’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 센터장은 미국으로 망명한 김 위원장의 이모 고용숙과 이모부 리강이 2021년 3월 자신과 만나 이를 증언했다고 전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리강은 김 위원장의 출생지가 ‘2호집’이라고 불린 평양 내 동북쪽에 위치한 삼석구역 초대소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김정남의 이모 성혜랑이 수기에서 김 위원장의 모친 고용희를 ‘철봉리 여자’라고 표현했고, 삼석구역에 철봉리 초대소가 있다는 점에서 리강이 말한 삼석구역 초대소는 철봉리 초대소를 지칭한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2호집은 김정일의 저택 다음으로 중요한 주택, 즉 부인들이 사는 집이라는 의미”라며 “김정은이 태어날 때만 해도 고용희가 정부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김 위원장이 원산 초대소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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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을 임신한 고용희를 보살필 사람이 필요하다는 김 전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고용숙이 리강과 결혼했고, 리강이 김 전 위원장 저택의 전기·통신 시설 수리를 전담하며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점에서 증언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김 전 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타고난 배짱을 높게 사며 일찌감치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했다고 주장했다. 리강은 김 위원장의 만 8세 생일에 김 전 위원장과 핵심 측근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김 위원장 찬양가인 ‘발걸음’이 공연됐고, 그때 김 전 위원장이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리강이 ‘너무 이르지 않냐’고 지적하자 김 전 위원장은 “나를 닮아서”라고 답했고, 김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에 대해선 성격이 온순해 후계자감이 아니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김주애가 체격 등 타고난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후계자로 일찍 낙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이 김주애를 조기 공개한 것은 북한의 남아선호사상, 여자는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건강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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