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산불 대책 사용할 수 있는 국가 예비비, 4조8700억"
與 "실질 가용 예비비, 무상교육 예산 제외하면 6000억원"
기재부 "신속한 추경 위햇너 국정협의회서 가이드라인 정해야"
민주당, 韓대행에 회동 제안…"28일 중이라도 당장 만나자"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해 피해 규모가 천문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피해 복구와 향후 예상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적어도 4조87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엉터리 숫자 놀음"이라며 '무상교육 예산'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약 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중구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있다"며 "예비비 한 푼이라도 쓴 것이 있는가"라고 정부·여당에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밝힌 4조8700억원 규모의 예비비의 근거와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에 직접 나섰다.

진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이날 주장한 4조8700억원에 달하는 산불 대응 예비비는 △각 부처 재해대책비 9270억원 △재난·재해에 가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 △용도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일반 예비비 8000억원 △국고채무부담행위 1조5000억원 등을 합친 수치이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다른 용도로 되어 있지만 재해대책비로 당겨쓸 수 있는 예산이 1조6000억원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민주당은 소방 헬기 교체 등 산불 대응 등을 위한 '국민안전 예산' 명목으로 약 9000억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이미 별도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실질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6000억원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지난해 연말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당시 삭감했던 예비비 전액을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은 본예산 예비비 삭감 폭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확인도 없이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주장한 예산 내역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에 나섰다. 김 정책위의장은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 중에서도 약 1조2000억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고교무상교육 등 사업 소요경비로 지출하도록 확정해 실제 즉각 사용이 가능한 목적 예비비는 약 4000억원 수준이다"라고 했다.
이어 "각 부처 재난재해비는 9700억원이 아니라 총 9270억원이고, 이중 즉각 가용 예산은 1998억원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9270억원 중 4170억원은 지난해 발생한 재해에 대한 재해복구비이며 올해 순수하게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5100억원인데 이중 농림부, 해수부에 배정된 1850억원은 가뭄, 태풍 등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산불 등 사회재난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김 정책위의장은 "산림청 예산 1000억원 중 786억원은 이미 재선충 방재에 집행한 상황"이라며 "행안부와 환경부가 올해 이미 466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무부담 예산에 대해서는 "시설복구 등에만 사용 가능한 예산"이라며 "재난피해 주민들을 위한 보상금이나 생계비 지급 등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측은 향후 추경 편성 과정에서 지난해 야당이 삭감한 예비비 2조4000억원을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번 영남지역 대형 산불뿐만 아니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난‧재해에 대비해 예비비 2조원을 충분히 확보하자고 주장했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이날 "일부 보도에 따르면 피해액이 5조원에 이른다고도 하는 등 산불 진화와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삭감한 재난 대비 예비비가 뼈아픈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장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무상교육 예산 관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얼마든지 국가 재난 사태가 있을 경우 다른 목적으로 (목적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집행하기 나름이다"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이처럼 여야는 '산불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역을 두고서는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헌법상 예산편성권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측은 "여야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으면 추경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처 간 혼선이 발생해 신속한 제출은 어려워지게 된다"며 국회의 신속한 추경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을 통해 "가장 신속하게 추경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정협의회 트랙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국정협의회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 측 국정협의회 참석자는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각하 결정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교체가 된 상황이다.
민주당 측은 이날 한 권한대행에게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정질서 파탄의 위기와 산불 피해라는 중첩된 국가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며 "오늘(28일) 중에라도 당장 만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