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처음 방문한 인도에서 장기인 드라이버를 쓰지 않고 대회를 치렀다. 코스가 짧고 좁아 이같은 선택을 한 매킬로이는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매킬로이는 1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델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DP월드 투어 인도 챔피언십(총상금 4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브라이언 하먼(미국) 등과 함께 공동 26위로 대회를 마쳤다.
20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에 따르면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장기인 드라이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코스 설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곳들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선 전장이 매우 짧다. 델리 골프클럽의 전장은 6912야드로, DP월드 투어 대회가 열리는 코스 가운데 다섯 번째로 짧다. PGA 투어였다면 이번 시즌 세 번째로 짧은 코스였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코스가 매우 좁다. 페어웨이의 평균 넓이가 25야드에 불과하다.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벤 그리핀(미국)은 “PGA 투어에는 여기처럼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보내기 어려운 코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이 코스에서 드라이버를 쓰는 일은 위험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는 “티샷이 정글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많은 타수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파4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다음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드라이버를 쓰지 않고 7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공략법에 대해 말했다.
매킬로이 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42%가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서 티샷 비거리 149위(294야드)였던 브라이언 하먼이 이번 대회에서는 5위(295야드)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티샷 비거리 310야드로 1위를 기록한 카란 프라탑 싱(인도)은 1·2라운드 합계 3오버파 147타로 컷 탈락했다.
매킬로이가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올 시즌 PGA 투어에서 평균 323야드에 달했던 그의 티샷 비거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278야드로 45야드 줄었다.
대신 티샷의 정확도는 높아졌다. 올 시즌 PGA 투어에서 51%에 머물렀던 그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이번 대회에서 71%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처럼 짧고 좁은 코스에서는 매킬로이보다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더 힘을 발휘했다.
매킬로이와 마찬가지로 드라이버를 잡지 않은 플리트우드는 이번 대회에서 페어웨이 적중률 77%를 기록하며 매킬로이보다 우위를 보였다.
플리트우드는 이를 앞세워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2위 나카지마 게이타(일본)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플리트우드는 지난해 1월 두바이 인비테이셔널 이후 1년 9개월 만에 DP월드 투어 8승째를 기록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 골프닷컴 등은 선수들의 티샷 비거리 증가에 코스의 전장을 늘리는 것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코스의 폭을 좁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