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이슈를 자극적으로 짜깁기해 수익을 거두는 ‘사이버 렉카’ 채널을 신고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신고사유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영어로 기재하는 등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요령을 소개한다. 규제책은 없고 유튜브는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나름의 대응법을 찾은 것. 아이돌 그룹, 유튜버 등 유명인을 다룬 악의적인 허위 콘텐츠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제재 수단은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 된 수익형 렉카 콘텐츠 문제를 두고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응을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제재 수단 만들자” 여야서 법안 발의 이어져
사이버 렉카는 해외에 서버가 있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탓에 그간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현행법에도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수익 관련 법적 처벌은 포함되지 않았다. 매일 쏟아지는 악의적인 영상 중 극소수에만 권리침해 제재가 이뤄지고, 그마저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영상 제작자가 받는 타격은 미미한 수준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주로 범죄 수익 환수 등 실질적인 제재 수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사이버 렉카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악의적인 괴롭힘 관련 법안은 5월 말부터 현재까지 11건 발의됐다. 이 중 법안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 ‘사이버 렉카(레커)’를 명시한 법안만 총 5건이다. 온라인 명예훼손의 형량을 높이고 법 위반 행위로 취득한 이익을 몰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이 9건, ‘폭력행위처벌법’과 형법 일부개정안이 각각 1건으로 나타났다.
김현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폭력행위처벌법과 형법 개정안은 사이버 렉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과 모욕, 괴롭힘 행위는 개별법의 규정에 따라 적발 및 처벌 규정이 있지만 형사처벌의 기본법인 형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김 의원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콘텐츠, 댓글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을 마련해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2건은 유튜브 등 사업자에 대한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비스 오용에 대한 신고 절차와 판단기준, 위반 시 조치 방안 등을 담은 약관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권리침해 정보의 삭제·임시 조치 제도 개선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신설 △온라인피해 처리센터 확대 개편 △디지털 윤리교육 의무화 등 예방책 등 개선책도 함께 진행된다.
이 밖에 법안 대부분이 범죄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신고 절차 의무화와 비방 등을 통해 얻은 금품과 수익을 몰수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플랫폼 움직이려면 규제 강화 필수
꽁꽁 숨어 있던 사이버 렉카와 소송하는 사례가 최근 잇달아 나왔다. 아이돌 그룹 등의 악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온 유튜버 ‘탈덕수용소’의 신상을 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법원으로부터 확보한 게 계기가 됐다. 소송길이 열리자 그룹 에스파, 가수 강다니엘 등이 연이어 법적 조치에 나섰고 현재 복수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이버 렉카라는 표현은 특정인에 대한 폭로 영상으로 이슈를 만들거나 사적제재를 가하는 유튜버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유명 유튜버 쯔양을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튜버 ‘구제역’, ‘주작감별사’, ‘카란큘라’ 등도 공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무대로 악의적인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유튜브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게시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처벌은커녕 해외 수사망 공조 등 경찰 수사부터 막힌다. 유튜브와 운영사 구글의 협조에 기대야 하는 상황인데 플랫폼은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실상 현행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광고사업이 핵심인 유튜브로선 영상을 검증할수록 콘텐츠 생태계가 위축된다.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게시되는 만큼 가이드라인 위반을 더 걸러내기 위해서는 투자비용도 크게 늘려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 채널에 경고·콘텐츠 게시 중단 등의 조치를 내려도 이용자 신고 이후 처리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신속성이 떨어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유튜브 콘텐츠에 시정요구를 해도 한계가 있다.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정보 심의의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청해야 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렉카들은 권리침해 등의 문제가 생기면 일단 삭제하고 유사한 채널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사각지대를 활용한 좋은 수익 모델이 되는 셈”이라며 “탈덕수용소의 신원을 확보한 것은 개별 영상 캡처와 영문 번역 자료 등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해 얻은 결과로 알고 있다. 보통은 이 정도 노력을 기울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법안 신설보다 행정 규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용자수·매출액 등 기준에 부합하는 플랫폼에 삭제·차단, 수익창출제한, 이용정지 등의 조치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 시 규제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규제기관이 플랫폼에 시정 요구 권한을 갖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요건을 약관에 마련하도록 의무화하고 지속적으로 위반했을 때 규제기관의 대외적 성명서 발표 등과 같은 형태로 자발적인 규제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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