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난안전연구원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협, 미래를 위한 제언”

2024-11-07

[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일컬어지는 ‘이상동기 범죄’와 관련해서 2016년 이후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 데 대해 직장인 97%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이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응답도 74%에 달했다. 박준태 국회의원실이 10월 24일 공개한 자료에는 남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53명 가운데 95%가 우리 사회의 주요 형사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가볍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사형 집행, 사형제 존치, 아동 성범죄자 처벌 강화, 촉법소년 형사책임 면제 등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은 현안이 폭넓게 포함돼 있었다. 기존 유무선 방식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던 2030 세대 인식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유의미성을 갖는다. 조사 결과를 공개한 박준태 의원은 “갈수록 흉폭해지고 다양화되는 범죄에 비해 처벌은 경미하다는 국민 인식이 확인된 결과”라면서 “엄중한 처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고 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보다 피해자 고통에 입각한 엄벌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사형제 폐지 여론이 높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언주 국회의원 역시 이례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의원은 이보다 앞선 10월 2일 “(순천 여고생 살인사건 범인) 박대성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해야 한다”면서 “사건의 잔혹성이 이루 말할 수 없고 범인의 반사회성이 심각해 교화 가능성이 안 보이며 사건 특성상 범인이 너무나 명백해 오판의 여지가 없다면 극히 예외적으로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는 것이 다수의 선량한 국민과 평온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형제에 대한 찬반은 법원과 전문가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 중이다. 사형제도의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형주의를 표방하며 사형을 집행하는 미국과 중국의 강력범죄 비중이 한국보다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다수의 범죄심리 전문가는 ‘사형제 폐지·집행 논란보다 우리 사회와 국가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그럼에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이상동기 범죄에 있어 시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울산에서 발생한 폭력 범죄는 310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일상에서 나타나는 생활 폭력 범죄가 1556건(50.1%)을 차지하고 있다. 생활 폭력 이외에 나머지 범죄(49.9%)는 지인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원한 등의 이유로 행사한 폭력이다. 울산경찰청은 이러한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원한 관계도 없는 이를 상대로 벌이는 범죄에 대해서는 사건이 벌어져야 검거하고 구속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논란과 한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이슈 발행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협, 이상동기 범죄>가 눈길을 끈다.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이해와 원인, 제도적 문제,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구성된 발행지는 국내외 사례와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실증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 원인으로는 △정신장애 △빈부격차 심화 △사회적 배제를 꼽았다. 제도적 문제점은 △정신건강 관리와 사회적 배제에 관한 정책 실효성 미비 △민간 경비원의 법적 권한 미흡 △다중이용시설 강력범죄 대응 역량강화 교육·훈련 부재를 지적했다.

미래에 대한 제언에서는 △정신건강검진 및 상담 서비스 등에 관한 정책 개선 △사회적 배제 속 고립 방지를 위한 정책지원 활성화 △다중이용시설 내 이용객 및 직원 보호를 위한 민간 경비원 법·제도 안전장치 마련 △유관기관 협력 방안 △피해 최소화와 신속 구속을 위한 국민행동 요령 및 안전교육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발행지를 작성한 오한길 연구사는 “이상동기 범죄 정책과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와 국가 신뢰를 높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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