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덜란드 농업 뉴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양파 가격이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100㎏당 15유로(2만3500원)선에 머물던 도매가격이 5월 둘째주 기준으로는 42유로(6만5900원)를 넘어섰다. 한달 사이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 가파른 상승세에 시장은 물론 현지 농민들조차 놀라고 있다.
네덜란드는 2023년 기준 세계 양파 수출량의 23%를 담당하는 ‘양파 강국’이다.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140여개국에 수출한다. 배경엔 우수한 품질과 장기 저장성, 그리고 강력한 민간 수출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유통구조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수출업체 바터르만(Waterman)이다. 이 회사는 전국 300여농가와 계약을 하고 양파를 대량 수매한다. 이후 첨단 저장시설과 선별기계를 통해 일주일에 최대 3000t의 양파를 전세계 시장에 공급한다. 계약재배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농가가 아닌 기업이 글로벌 판로를 구축하는 구조가 네덜란드 양파 수출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수요에 의존하는 구조는 동시에 큰 변수이기도 하다. 올초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던 세네갈이 자국 시장 안정을 이유로 네덜란드산 양파 수입을 제한하면서, 2월 가격은 한때 10유로(1만5700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3월부터 유럽과 기타 지역의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가격은 반등했고, 4월 들어서는 30유로(4만7000원), 40유로(6만2700원)를 단숨에 넘어섰다. 이처럼 예측이 어려운 변수에 따라 가격이 급락하거나 폭등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가격 변동은 네덜란드 양파농가에게 큰 도전 과제다. 일시적인 호황이 있어도, 그 혜택을 누리는 농가는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맘때 가격 폭락으로 타격을 봤던 많은 농가는 올해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양파를 미리 처분했다. 결과적으로 극소수 농가만이 호황의 수혜를 누렸고, 생산자 대부분은 제값을 받지 못한 채 물량을 털어내야 했다. 더불어 수출길이 막히면 가격 하락의 피해는 농가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수출 중심의 농업구조에서 농민은 단기 가격 상승보다 수요 변화의 불확실성에 더욱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 양파 산지가격은 지난해 6월 1㎏당 760원에서 올 3월 1510원으로 올라 두배 안팎의 변동폭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7월 7유로(1만1000원) 수준이던 네덜란드 양파 가격은 올 5월 42유로(6만5900원)를 넘어섰다. 6배 급등했다. 한국도 계절성과 작황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긴 하지만, 네덜란드처럼 수출국 수요 변화에 따라 가격이 급격히 요동치지는 않는다.
수출은 분명 기회이자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시장이라는 바람에 가장 먼저 흔들리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변화한 수출시장과 정교한 유통시스템, 그리고 노하우는 갖췄지만 가격 예측은 어렵고 그 부담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세계 농식품시장의 선두주자라는 성공의 이면에서 네덜란드가 풀어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천민조 네덜란드 AERES 응용과학대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