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제네바에서 10~11일 열린 미·중 무역 회담 이전, 대부분의 분석가는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약 60% 수준으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인하 조치가 상황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 관세 30%로 조정된 회담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또한 양국이 합의한 90일 휴전은 예상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포함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양국 간 관세율이 거의 세 자릿수에 육박했던 상황에서 크게 개선돼 경제 예측 모델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연구기관들은 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 미국은 1.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인한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폭은 당초 예상했던 2.5%포인트에서 1.9%포인트로 축소될 전망이다.

새로운 예측은 미국의 공급 충격과 글로벌 수요 충격이 완화됨에 따라 단기 무역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양국 간 ‘원래’ 34%의 상호 관세율이 향후 무역 협상 과정에서 상한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의 말이 현실화된다면 경제 전망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실 경제지표 역시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올해 초부터 중국은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선주문 물량과 새로운 시장으로의 무역 다변화를 통해 강한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올해 상품 수출 감소 폭은 기존 예상치인 5%보다 훨씬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최악의 관세 시나리오가 회피되고, 긍정적인 시장 반응과 정부의 자산시장 지원책이 국내 소비심리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수 소비 전망도 소폭 상향됐다. 물론 향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기업과 소비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러한 외부 환경 개선은 중국 정책 당국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선제적이기보다는 수동적 기조를 보여온 중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번 관세 완화는 수출 부진을 타개할 내수 촉진책 시행의 긴급성을 약화하는 신호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더욱 신중한 경기부양책이 예상된다. 또한 관세 완화로 정책적 여유가 생김에 따라 정치국이 설정한 전략적 우선순위인 소비와 첨단기술 확산이 강조되면서 경제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검증된 공급 측면의 경기부양책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미·중 무역 휴전의 가장 큰 역설은 중국의 정책적 안일함이라는 리스크다. 단기적 위기를 모면함으로써 오히려 장기적 개혁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