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톡스(해독)는 건강에 유익하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디톡스나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영양 결핍과 근손실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초 미국의 방만한 재정을 해독해야 한다며 디톡스를 언급했다. 코로나19 이후 바이든 정부는 재정 지출을 다른 국가 대비 덜 줄였다. 2020년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유럽은 5%포인트 낮아졌다.
미국 정부부채 규모는 GDP의 126%까지 확대됐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미국 재정 지출 축소는 정부 재정 건전성도 높이고, 인플레이션도 잡을 수 있다. 과거 재정적자를 줄이면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는 떨어졌다. 그러나 과도한 디톡스는 기업 심리와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기업들의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2018~2019년에도 미국의 대중 관세 분쟁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의 자본재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 정부 효율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연방 공무원 감원은 가계 소비에 부담을 줄 여지가 있다. 미국 경기가 침체로 진입하진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일시적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 산업에서는 디톡스 역할을 중국 인공지능(AI) 업체인 딥시크(DeepSeek)가 했다. 물론 중국 딥시크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힌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은 없다. 모두 투자를 더 늘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7(M7) 주가는 고점 대비 15% 넘게 하락했다. 시장참여자들은 빅테크의 투자 확대 계획을 신뢰하지 않거나, 신뢰하더라도 과열 경쟁을 우려한다. 실제로 AI 개발 비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2023년 봄 이후 팽배했던 낙관론이 약해졌다. ‘불-베어 비율(BulL-Bear Ratio)’ 등 미국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들을 보면 강세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관건은 반전의 계기다. 이벤트가 부족하다. 지난 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관세 영향을 한시적으로 봤다. 연준은 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디톡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희박해 보인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도하는 각종 디톡스 과정에서 연준이 사전에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연준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미국 기업들의 고용 또는 투자 계획을 미루는 조짐이 뚜렷해질 때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시장이 고점 대비 10% 하락했다.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만 아니면, 10% 주가 하락 12개월 후에 미국 주가는 평균 10~15% 올랐다. 지금 당장보다는 하반기를 노릴 필요가 있다. 올 2분기에는 적절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