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으킨 관세 전쟁이 미국과 중국·일본 등 주요국들의 실물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통상 전쟁의 부메랑을 맞은 미국 경제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연율 기준) 감소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에 빠졌다. 고용 시장이 냉각되면서 소비 둔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지표도 나왔다. 미국의 관세 집중 폭격에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꺾였다. 4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수출 주문이 급감한 여파로 기준선(50)을 밑도는 49에 그쳐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관세 치킨게임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은 이 같은 후유증을 의식한 듯 무역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 중앙은행도 1일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1%에서 반 토막 수준인 0.5%로 대폭 낮췄다.
핵심 교역국들이 속속 경기 부진에 빠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는 더 심각하다. 관세 전쟁 본격화로 올해 0%대 저성장이 기정사실화하는 와중에 경제 수장을 맡아온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통상·경기 대응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미 통상 협의의 고위급 채널이었던 최 전 부총리의 사임은 우리 측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침체 기로에 놓인 경기 방어를 위한 정책 대응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 사령탑’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융·외환 시장을 뒤흔들고 대외 신인도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지금은 관세 충격과 글로벌 경기 위축이 우리의 실물 경제를 뒤흔들지 않도록 경제 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이 이끄는 경제팀은 ‘한미 2+2 통상 협의’ 틀에 따라 서두르지 말고 ‘국익 최우선’ 원칙을 지키는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 수출 시장을 미국·중국·일본 외에도 동남아·인도·중동·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을 전방위로 지원해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기본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복합 전략과 일관된 정책 운용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과 국내 정치·경제 불확실성의 고빗길을 넘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