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청중상, 기자상, 음악학교 학생들이 주는 상까지 특별상 3개를 별도로 받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30일(현지시간) 폐막한 롱티보 콩쿠르는 1943년 시작된 국제 대회로 만 16~33세가 참가 대상이다. 1회 우승자인 상송 프랑수아를 비롯해 스타니슬라프 부닌, 파울 바두라 스코다 등 명망 높은 피아니스트를 배출한 대회다.
김세현은 2007년 3월 31일 출생인 신성 피아니스트다. 만 18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게 됐다. 2001년 역시 17세로 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 받았던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같은 기록이다. 김세현은 이번 대회의 결선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3번을 확실한 주관과 음악성으로 연주했다. 롱티보 재단의 제라드 베커만 이사장은 우승자 발표와 함께 “김세현은 이제 17세이지만 나보다도 더 성숙한 깊이가 있다”고 평했다.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김세현은 피아노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재능을 자랑한다.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 예비학교와 월넛힐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최우수상인 아르놀드 테일러 상을 받았다. 16세이던 지난해 뉴잉글랜드 음악원과 하버드 대학교(영문학)의 5년 복수 학위 프로그램에 합격해 현재 재학 중이다.
31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세현은 “피아니스트가 자칫하면 피아노라는 매개체에만 모든 삶이 집중돼 더 넓은 삶을 못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창문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이고 양면성 또한 띄는지 느낄 수 있다”고 했다.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으며 201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2023년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 청소년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피아니스트 최영미를 사사했으며 현재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석사 과정에서 당 타이 손과 백혜선에게 배우고 있다. 백혜선은 “생각이 깊고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으며 자기 자신에게는 비판적인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김세현은 “음악에 설명할 수 없이 이끌린다”며 “작곡가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드러나는 음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의 2위 없는 3위는 한국의 이효(17)가 수상했다. 이효는 2021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청소년 국제 콩쿠르 3위 입상자로, 현재 파리 에꼴 노르말 음악원에서 수학 중이다. 롱티보 콩쿠르의 2022년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이혁(25)의 동생이다.
롱티보 국제 콩쿠르는 2차 세계대전 중 젊은 음악가를 지원하기 위해 피아니스트 마르그리트 롱과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가 창설했다. 피아노ㆍ바이올린ㆍ성악 부문에서 돌아가며 열리고, 음악가들에 녹음ㆍ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악기를 대여하며 후원자와의 네트워크를 마련해주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김세현은 1위의 상금으로 3만5000 유로(약 5500만원)와 함께 부상으로 유럽에서 연주 기회를 얻게 됐다.
이 대회의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을 비롯해 김준희(2007년 2위), 안종도(2012년 2위), 이혁(2022년 1위),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2008년 1위), 유다윤(2023년 2위), 성악가 심기환(2011년 1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