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주접이라고 생각되는 버릇이 있는데, 굉장한 책을 발견하면 흥분해 영업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최근 문우들에게 열심히 권하는 책은 왕웨이롄의 『책물고기』다. 수록작 중 ‘소금이 자라는 소리를 듣다’라는 단편이 압권이다.
높은 고도에 있는 광활한 소금밭, 이곳 사내들은 폭음을 권하고 거절하는 법이 없다. 주인공 역시 자오 형이 부르면 한밤중이라도 나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신다. 그런 형이 염전에 빠져 죽자 악몽이 시작된다. 온 몸에 소금꽃이 핀 자오 형이 “아우, 한잔하자!”라며 꿈마다 찾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피폐한 상황에 어린 시절의 친구 샤오딩과 그의 연인 진징이 방문한다. 음악을 포기하고 흰 소금밭에서 살아가는 주인공과, 갱도의 암흑 속에서 광부로 일하면서 화려한 그림을 그려 화가가 된 샤오딩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소설의 백미는 소금호수에서 일몰을 보는 장면이다. 그런데 묘사가 참혹하다. 석양을 ‘찢어진 간’이나 ‘피에 젖은 붕대’에 빗대어 그린다. 이 대목은 풍경묘사가 아니라 차라리 심리묘사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데, 형을 죽인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는 주인공의 죄책감 때문이다. 이때 진징은 “죽였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해준다. 그녀는 혼란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과, 죄책감이란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망이라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나에게 이 소설은 ‘상실감을 상실하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음악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자오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영원히 지고 가기로 했을 때, 그는 이 시기를 끝내고 비로소 염전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치유나 해방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소금이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던’ 병적인 환상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삶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뭔가를 잃어버리지 않고서는 다음 장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인간 삶의 보편 법칙일 테니까.
김성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