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김은지, 16강 진출

〈본선 32강전〉 ○ 김은지 9단 ● 셰얼하오 9단

장면⑩=백△는 너무 멀리 뛴 수였으나 흑▲는 그걸 낚아채지 못하고 곱게 통과시켰다. 순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희비가 엇갈리며 승부가 결정됐다. 셰얼하오 9단은 기복이 심하다. 2023년 신진서 9단의 대마를 잡고 승리했던 사람인데 2024년에는 영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이리하여 자기 페이스를 지킨 18세 김은지에게 그야말로 ‘요리’를 당하고 말았다. 백1로 받자 흑6으로 응수해야 한다. 손 빼면 백이 6의 자리에 건너 붙여 수가 난다. 여기서 백7로 손을 돌려 김은지가 승리의 그림을 완성했다. 백 승률 95%, 7집 반 우세.

◆참고도=흑1로 끊고 3으로 움직이는 것은 백2, 4로 꾹꾹 막아 살아가지 못한다.

◆실전 진행=이후는 김은지의 독무대였다. 어려운 곳은 다 사라졌고 사고 안 나게 몸조심만 하면 되는 흐름이었다. 셰얼하오는 이후 130수 정도를 더 버티다가 256수에서 항복했다. 어린 소녀에게 허망하게 꺾인 자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으리라. 2025년 1월, 김은지는 여자랭킹 1위가 됐다. 전체 랭킹은 34위. 올해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