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에 군용 풍선 사용법 가르쳐"...대남 쓰레기풍선, 예행연습이었나

2024-10-22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대남 쓰레기 풍선과 관련한 노하우를 러시아에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이 대남 위협용 풍선조차 북·러 간 군사 교류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실전 경험을 통해 북한이 오물 풍선 공격을 대남용 생화학 테러 등으로 한층 진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국방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최근 탈영한 북한군 18명을 붙잡아 억류했다”며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 측에 풍선 활용법을 전수하던 이들이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소대급으로 추정되는 약 40명의 북한군은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러 측에 ‘군사적 목적’의 풍선 활용법을 전수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북측에 현대 보병 전투 수행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 배경엔 러시아에 ‘풍선 빅데이터’를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러시아가 풍선을 전장의 정찰·심리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소형 드론 공격을 교란하기 위해 풍선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북한의 대남 풍선이 갈수록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5월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9차례에 걸쳐 대남 오물 풍선 약 6000개를 날려 보냈다. 처음엔 단순히 풍선 밑에 약 10kg의 쓰레기 봉투를 매달아 보냈던 방식이었지만, 최근엔 풍선과 적재물의 연결 부위에 위성항법장치(GPS)·발열 타이머·기폭 장치를 부착하는 등 기술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또 북한은 수 차례 반복 부양을 통해 특정 풍향이나 풍속, 높이, 적재물 무게에 따라 풍선이 도달하는 범위를 측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군도 북한이 GPS 탑재 등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는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북·러 간 협력을 통해 풍선 위협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풍선을 군사적으로 활용한 뒤 역으로 경험을 전수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선을 통한 생화학 테러를 감행하기엔 보관·유지 기술 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었다. 남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풍향 등 기상 상황의 영향에 따라 오히려 북한이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전술이나 기술을 얻어 새로운 하이브리드 공격 수단으로 풍선을 활용할 경우 한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풍선을 활용한 대남 공격을 위한 예행연습의 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군 안팎에선 자연풍에 의존한 풍선 자체의 군사적 효용성을 높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데이터가 북·러 간 '군사 협력 리스트'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비군사적·군사적 요소를 섞어 공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대세가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풍선은 가성비 측면에서 드론보다 값싸다는 점에서 최근 정찰·대공 방어 뿐 아니라 테러에도 활용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풍선에 폭발성 물질을 매달아 이스라엘에 '방화 테러'를 해오곤 했다. 이스라엘 역시 가자지구의 무인 방어벽인 '스마트 펜스'에 감시 카메라를 메단 풍선을 띄워 정찰을 하고 있다.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물리적 효과보다 총력전의 필수 요소인 국민·정부·군 사이 결집을 약화하는 심리전 측면에서 풍선이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