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아졌는데 더 잘 팔린다"…불황 속 뜨는 초소형 K-뷰티

2025-11-03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올리브영 종로1가점. 빼곡하게 진열된 화장품 매대 앞 '미니 사이즈' 립스틱을 고르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고객은 직원에게 미니 사이즈 제품이 있는지를 문의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미니 프라이머(화장이 더 잘 밀착되도록 돕는 기초 피부 화장품), 미니 립스틱 등을 구매한 임연지(25)씨는 “평소에 쓰던 제품이 아닌 새로운 색상이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때 크기가 작고 저렴한 미니 화장품을 구매한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게 새로운 화장품을 써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초소형으로 나오는 미니 화장품(쁘띠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가 이어지며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경험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겹치면서다. 미니 화장품은 통상적으로 일반 제품의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으로 용량을 줄이고 가격도 그만큼 낮게 책정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뷰티 브랜드는 다양한 미니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는 정가 3만4000원의 30ml 파운데이션 제품을 14ml로 출시해 1만60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 릴리바이레드도 6g 정량인 립 틴트 제품을 2.5g 초소형으로 출시했다. 정량 립 틴트의 가격은 1만4000원이지만, 미니 제품의 정가는 8000원 수준이다.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미니 화장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관련 검색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패션·뷰티 플랫폼 에이블리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에이블리 뷰티의 ‘미니 섀도우’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40% 증가했다.

판매 실적도 두드러졌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화장품 브랜드 힌스의 미니 사이즈(2ml) 틴트 제품 중에는 직전 분기 대비 거래액이 1692% 증가한 품목도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립밤 키링’ 키워드 검색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611% 증가하는 등 키링 형태의 소용량 제품도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뷰티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미니 화장품과 관련한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대비 ‘미니 립스틱’은 817%, ‘미니 섀도우’는 390% 늘었고 ‘미니 블러셔’(1582%)나 ‘미니 향수’(1030%) 검색량도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무신사 뷰티에서도 ‘소용량 뷰티’ ‘키링 틴트’ 검색량이 각각 245%, 1200% 늘었다.

과거 기획성으로 짧은 기간 소용량 제품들이 출시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미니 화장품 전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고객들의 즉각적인 관심이 반영되는 ‘검색량’에서 미니 화장품 관련 키워드는 큰 증가세를 보인다”며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디자인은 물론 실용성도 갖춰 새로운 뷰티 트렌드로 지속적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각 뷰티 브랜드에서 다양한 제품을 소용량으로 출시하고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먼저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신규 출시 화장품의 인기를 테스트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게 만드는 전략으로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유행을 빠르게 좇으면서 경기 침체 속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용량도 작은 화장품을 여럿 구매해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게 최근 K-뷰티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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